ADVERTISEMENT

[과학] '한 집 한 로봇' 세상이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일본 아이치 박람회는 첨단 로봇의 경연장이었다. 외국 연구기관이 출품한 로봇이 단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빠졌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최첨단 로봇이 전시됐다. 일본이 세계 로봇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의 로봇 전시회 중 이처럼 대규모인 것도 처음이다. 전시회에 나온 100여 종의 로봇은 앞으로 다가올 '1가구 1 로봇' 시대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가장 큰 특징은 기계. 전자. 섬유. 정보통신 등 각종 기술이 융합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을 닮거나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할 로봇들이라는 용도 때문이다.

사람처럼 말을 하고, 말을 알아들으며, 표정을 지을 줄 알아야 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번에 나온 상당수의 로봇은 사람들이 위성위치확인 시스템(GPS)을 이용하듯 GPS를 사용하며, 사람과 대화할 수 있도록 컴퓨터로 합성한 목소리를 내거나 말을 알아듣는다.

또 인터넷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집의 안전 여부를 주인에게 알려 주고, 어린아이를 보호하기도 한다. 전시회는 5년 뒤인 '2010년 실용화할 로봇''2025년 실용화가 예상되는 로봇'으로 나뉘어 선보였다.

'2010년 실용화 로봇 그룹'에서는 예외 없이 '기능성'을 특화한 게 눈에 띄었다. 가정용 로봇이나 도로청소 로봇, 경비 로봇 그리고 오락용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모두 수요 분석을 거친 제품화 전략에 의한 개발로서 조만간 신뢰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2025년 실용화 예상 로봇'에서는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는데 특히 한 기술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한 일본 로봇전문가들의 신작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뱀 형태의 이동 로봇 전문가인 도쿄공대의 히로세 교수는 물속에서 돌아다니는 물뱀 로봇을, 원격조종 로봇 전문가인 도쿄대의 다치 교수는 멀리 있는 사람의 모습.표정과 말, 그리고 손.팔 동작까지 로봇이 재현하는 'TV 전화'를 내놨다. 이번 박람회에 나온 로봇을 보며 한국도 수익성 관점에서 사람을 닮은 로봇보다는 기능성을 위주로 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라는 점을 새삼 인식했다. 특히 로봇도 지역산업특성과 연계해 특화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예를 들면 경남에서는 첨단 제조용 로봇을, 가전산업이 새로 자리 잡은 호남에서는 가전 로봇 등이 필요하다.

전남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세계로봇연맹 부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