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에 치우친 '안전한국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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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계기로 생활 주변에 ‘작지만 치명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많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그런데도 정부의 안전 대비 훈련은 요란하지만 실속은 적은 ‘대형 위험’ 대비에 여전히 치중하고 있다.

 21일부터 사흘간 실시하는 ‘2014 재난 대응 안전한국훈련’이 대표적이다. 2005년부터 10년째 계속해온 안전한국훈련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안전행정부·소방방재청이 합동으로 매년 1회 실시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지난 5월에 하려다 세월호 사고 때문에 이달로 연기됐다.

 사흘간 678회 실시하는 훈련 내용을 살펴보면 ▶인천대교 부근 대규모 해양 사고 ▶KTX 대형 사고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지진해일 ▶서울 내부순환로 등 대형 터널 화재 ▶국가산업단지 유해화학물 유출 사고 ▶6대 도시 지하철 화재 훈련 등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22일 실시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체감형 훈련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직접 참관할 예정인 인천대교 해양 사고 구조 훈련의 경우처럼 대규모 전시성 훈련이 대부분이다.

 건국대 안형준 교수는 “대규모 안전 예방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자칫 보여주기식 쇼로 끝날 수도 있다”며 “부실한 아파트 방충망으로 인해 추락사하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줄이는 것처럼 비록 작더라도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위험을 찾아내는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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