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나는 '여왕벌' 허드는 조용한 '일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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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4월 1일 휼렛패커드(HP)의 경영 사령탑에 오른 마크 허드(48.사진)가 첫 작품을 내놨다. 전임자인 칼리 피오리나가 지난 1월 통합했던 프린터 부문과 PC사업부를 다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대조적인 두 사람의 스타일처럼 회사의 큰 정책에서도 전혀 다른 방향을 취한 것이다. 미국의 간판급 여성경영자인 피오리나가 '여왕벌'로 불린다면 허드는 '조용한 일벌'로 통한다. 허드는 현금지급기(ATM)를 만드는 NCR에서 비용 절감과 새로운 사업 발굴에 탁월한 실적을 보인 덕분에 HP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그는 언론을 비롯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며 HP의 문제가 뭔지 파악하는 데 골몰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영업의 두 기둥인 프린터 부문과 PC사업부를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둘을 분리해 프린터사업의 강점은 더욱 키우고, PC의 약점은 보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허드는 HP를 맡자마자 소리없이 '1등 작전(Operation Lead Dog)'이란 이름의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비용은 줄이고 수익성은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초 중간 점검 결과가 나왔다. 프린터 부문에서 2000명을 감원키로 결정한 것이다. 프린터 사업은 HP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다. 그런데 이 분야가 렉스마크나 델컴퓨터의 강력한 도전을 받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뉴욕시 태생인 허드는 테니스 특기생으로 베일러대학(텍사스주)에 입학했다. 그러나 거기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진로를 바꿔 NCR에 입사했다. CEO가 된 이후에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거의 12시간이나 될 정도로 일에 빠져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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