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음란 사이트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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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사이트 운영자로 몰릴 땐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원로배우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70.사진)이 '사이버 테러'로 겪었던 그동안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다.

인터넷에 관심이 없던 김씨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은 손녀 때문이었다고 한다. 4~5년 전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손녀가 "할아버지가 벌거벗은 여자 장사를 한다고 아이들이 놀린다"며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김씨는 손녀에게 대강의 얘기를 듣고는 인터넷을 뒤졌다고 한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트위스트김'이란 검색어로 자동 연결되는 수십 개의 성인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해당 사이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트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와중에 "김씨가 성인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소문은 계속 퍼졌고, 자신이 고소한 것을 두고 "성인 사이트 동업자와 싸움이 난 것"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영화 출연과 방송일은 끊겼고,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욕설이 잇따랐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가족들까지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고, 김씨는 지난 4월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명예와 인생은 멋대로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이버 테러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를 막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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