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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북중경협 … 착공 3년 넘도록 기업 유치 실적 제로인 황금평 특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황금평 경제특구가 착공 3년이 넘도록 기업 유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금평 경제구의 공동관리를 담당하는 중국측 관계자는 “입주 기업은 커녕 계약을 맺은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황금평으로 전기·상수도·가스 등을 끌어들여가는 설비 공사를 완료했지만 (북중 관계 등)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아무런 시간표도 없다”고 말했다.

황금평 개발이 부진한 이유로 북·중 관계 냉각과 재무 보장과 법인 등기 제도 등 법률 정비 등의 미비를 꼽았다. 그는 "황금평이 중국 땅이라면 벌써 입주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북한 영토이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까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랴오닝성 단둥(丹東)에서 15Km거리인 특구 현장에 접근해 확인한 결과 황금평 부지의 대부분은 농토나 황무지로 방치된 상태였다.

추수를 끝낸 논에 쌓아둔 볏단만 가득했고 북한 농민이 농사일을 하는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 구획 정리나 기초 공사 등이 이뤄진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지 한복판 쯤 되는 곳에 10층 정도로 보이는 특구 청사의 뼈대가 올라가고 있는 게 보였는데, 관계자는 “황금평 안에서 유일한 새 건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측 입구에는 임시 출입국관리소가 설치돼 있으나 통행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전자정보구역과 식품가공구역, 의류가공구역 등으로 나눠 개성공단과 같은 특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은 실현이 요원한 일로 보였다.

황금평 개발이 수년동안 한발짝도 못나간 건 북한의 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에 따른 북·중 관계 경색 이란 요인 이외에 공동 개발 주체인 중국과 북한의 현격한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북중 경협 사정에 정통한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황금평에 큰 관심이 없고 북한 역내에 더 폭넓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며 “체제 불안을 우려한 북한은 통행 제한이 용이한 황금평에만 국한하려 하고 있어 중국 측이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단둥-신의주-평양-개성-서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으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며 “여건이 성숙되기 전까지는 황금평 토지에 대한 권리만 확보해 둔 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의 1.7배 넓이(14.49km²)인 황금평은 압록강에 떠 있던 섬으로 1962년 북중변계조약에 따라 북한 영토로 확정됐다. 북한 쪽에선 배를 타거나 다리를 놓아야 접근가능하지만 중국 쪽에선 걸어서도 갈 수 있다. 퇴적작용이 진행되면서 중국 땅과 이어져 ‘섬 아닌 섬’ 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입지조건에 착안한 북한은 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측에 공동개발을 요구했고, 이듬해 6월 장성택 당시 노동당 행정부장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한 착공식을 거행했다.

멈춰선 북중 경협의 현주소는 단둥에서 황금평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진 신압록강대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중국 총리의 방북때 합의한 대로 중국이 공사비와 부대설비 등 8억달러를 전액 부담해 다리를 완성해 놓고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개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관, 출입국, 검역시설 및 접속도로 연결이 북한측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중국측도 북중 경협에 적극성 없어 세관 시설을 완공하지 못한 상태여서 설령 개통을 해도 한동안 무용지물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경협 관계자는 "북한측이 중국의 6·25 전쟁 참전기념일(항미원조 기념일)인 오는 25일에 개통하자는 희망을 제시했으나 중국측에 의해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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