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심해의 바닥·우주에도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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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연한 얘기지만 도저히 인간이 감내하기 힘든 환경이나 위험에서 아무 장애 없이 일하는 로보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사능이 나오는 원자로에서의 작업도 위험하지만 해저나 우주작업 등은 지능 로봇들이 인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작업분야다. 만일 사람들이 깊은 바다 속을 수영장에 들어가듯이 자유자재로 다니고 활동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다는 1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하는데 잠기간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도 7∼8기압, 즉 70m 내외밖에 내려갈 수 없으며, 그나마 공기의 소모량이 많아져 힘든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로보트를 이용하면 아직 임자가 없는 바다 속 해상에 널려있을 광물들을 퍼 올릴 수 있고, 해저케이블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으며 유전탐사, 채유 작업등도 훨씬 손쉬워진다. 해저유전 파이프라인에 사고가 생겼을 때도 재빠른 수리로 해양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
프랑스의 아틀리에 샹티에 드 브르타뉴(ACB)사는 지난해 아프리카 가봉해안에서 45일간 해저 로보트를 실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데 고무 받아 이 로보트를 북해 유전지대에 투입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ACB가 만든 로보트는 키가 25m나 되는 원격조종 로보트로 모선에 실려 필요한 지점까지 간다. 모선의 선저에는 TV카메라 5대와 조명등이 설치돼 있다. 모선바닥의 구멍을 통해 전선이 부착된 로보트가 크레인을 타고 해저로 내려지면 모니터 실에서는 선저와 로봇 손목에 부착된 TV카메라가 잡는 화면을 보아가면서 레버를 사용, 해저작업을 지휘하게 된다.
ACB의 로보트는 해저에 깔린 2개의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9개의 동작을 통해 2㎝굵기의 전선을 깔고, 연결시키는 등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이 로봇은 수심 25∼60m에서 실험되었지만 설계는 6백∼1천m까지 내려가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 해양학과도 해저 로보트를 실험한바 있다.「해저착륙선」이라고 불리는 이 괴상하게 생긴 로보트는 해저3천2백m까지 내려가 초음파로 보내는 지령을 포착, 활동하는데 태평양 해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진 망간단괴·니켈·구리 등의 함량 등을 조사했다.
이러한 해양개발 로보트들은 84년부터 실용화되기 시작, 90년에 가선 일반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주에서의 작업은 로보트들의 가장 매력적인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구상공 3만6천㎞인 정지궤도에 1천만㎾짜리 태양열발전소를 수십 개나 세울 계획으로 있다. 이만한 태양열발전소1개를 세우는데 드는 재료는 무려 10만t에 이른다. 물론 조립은 2백∼3백㎞의 저궤도에서 하고 나중에 더 높은 궤도로 올리겠지만 이런 구조물들을 우주공간에서 하역하고 조립하는데는 로보트가 적격이다.
기술자들이 우주공간에서 일하려면 우선 무중력상태에 적응하는 장기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 일할 수 있는 자세훈련 등을 거쳐야 우주의 일터로 나갈 수 있다.
일단 우주에 나가더라도 인간은 우주복과 산소·물·음식 등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며 배설문제도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그 때문에 작업 중에도 산소의 보충 등으로「건설본부」 에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게 왕복하는데는 짊어진 로키트의 분사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만큼 로키트의 연료인 액체산소나 수소를 많이 쓰게된다.
인간이 우주에 나가 일하게 되면 우주선이 쉴새없이 발전하면서 기술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수송해야만 한다.
그러나 로보트를 이용할 때는 단지「음식」이 되는 전력만이 필요하다. 지금 소형화된 원자전지 등은 어느 정도 실용화 단계에 있어, 이것을 장전한 로보트들이 필요에 따라 소형 로키트를 분사하면서 작업을 하게되면 별도의 크레인이 없더라도 힘든 작업을 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월면에 도시를 꾸밀 때도 우선은 로보트의 힘을 빌 수 있으며, 수십 년 이상 걸리는 태양계 밖으로의 여행에도 로보트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인간은 저온에서는 모든 신진대사가 둔화돼 에너지의 소비가 적어지므로 우주선 근무자들을 생명을 잃지 않을 정도로 냉동해서 우주선에 태운 다음 목적지(다른별)까지의 비행은 로보트에 맡기는 것이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로보트가 냉동우주인들을 가열시켜 깨우면 그 다음부터는 인간에 의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로보트들은 앞으로 인간의 약점을 보완해서 인간이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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