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문 최경철, 10년 무명 한풀이 3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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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로 선정된 LG 포수 최경철이 3-0으로 앞선 1회초 2사 2루에서 6-0을 만드는 스리런 홈런을 쳐내고 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린 최경철은 안정된 투수 리드로 수비에서도 팀 승리에 공헌했다. 창원=양광삼 기자

그는 꿈꾸는 소년 같았다. “야구선수라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정규시즌 개막전, 올스타전,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거요.” 프로야구 LG 포수 최경철(34)은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8번타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참 행복해 했다. 시즌 내내 LG의 주전포수로 활약한 최경철이 선발로 나가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10년이나 무명선수로 지낸 그는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스타가 되는 건 아주 먼 얘기였다.

 딱! 3-0이던 1회 초 2사 1·2루에서 최경철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높이 비행하는 타구를 보며 그는 만세를 불렀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높이 올렸다. 1회 초부터 NC 선발 이재학을 두드린 LG는 최경철이 NC 두 번째 투수 웨버로부터 3점홈런을 때려냈고, 이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13-4 대승을 거뒀다.

 양상문 LG 감독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최경철에게 엄지를 치켜세운 뒤 손뼉을 마주쳤다. 경기 후 양 감독은 “내가 LG 감독이 된 날(5월 13일 롯데전) 최경철이 결승홈런을 쳤다. 감독으로서 오늘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치렀는데, 경철이가 또 큰 일을 해줬다”며 칭찬했다.

 최경철은 2003년 SK에 입단했으나 박경완(현 SK 2군감독)에 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정상호·이재원 등 후배들에게 밀렸다. 2012년 5월 넥센으로 트레이드돼 81경기에 출전했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4월 LG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세 번째 포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윤요섭이 부진하고, 현재윤이 부상으로 고생하는 동안 최경철이 주전을 꿰찼다. 화려하진 않지만 포구가 안정적이다. 나이 어린 투수의 의견도 존중해 사인(공배합)을 내는 것도 최경철이 가진 장점이다.

 최경철이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건 행운이었다. 주전 포수를 확실히 꿰차자 7월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선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멋진 한방을 터뜨리며 세 가지 꿈을 모두 이뤘다. 올 시즌 팀 도루 2위(154개) NC는 최경철의 수비에 막혀 도루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3·7회에는 폭투를 틈타 뛰던 김종호와 이상호가 최경철의 송구에 걸려 횡사했다.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최경철은 “요즘 타격감이 좋아 공격적으로 스윙했다. 운이 좋았다”면서 “홈런을 치고 내가 팔을 들었는지도 몰랐다. 4위 경쟁을 하느라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가 너무 힘들었다. 준플레이오프는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LG는 7-1이던 5회 초 박용택의 솔로홈런으로 승기를 굳혔다. 8-1이던 5회 말 LG 선발 류제국이 선두타자 모창민에게 던진 투심패스트볼(시속 138㎞)이 헬멧을 스쳐 퇴장을 당한 게 유일한 위기였다. 그러나 윤지웅·신재웅이 2이닝을 잘 막아 위기를 넘겼다. 최경철의 침착한 리드가 여기서도 빛났다. LG는 8회 초 5점을 뽑아 대승을 완성했다.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는 LG 리오단, NC 찰리가 선발로 나선다. 김경문 NC 감독은 “첫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빨리 잊고 2차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식·김효경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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