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잡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혹은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극장을 찾곤 합니다. 인기작을 보려고 매표구 앞에 줄을 서기도 하고, 상영 시간은 다가오는데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느라 맘 졸이기도 하고…. 요즘이야 인터넷 등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니 그럴 일이 없지만 벼르고 간 영화가 매진돼 암표를 사기도 하고 그러다가 단속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영화와 관련한 추억 한 토막은 어느 부부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영화관 나들이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이라 해도 일상에 쫓겨 큰 맘 먹지 않고는 영화관 가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영화, 인기 높은 화제작이라 해도 '에휴, 비디오로나 보지'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당혹스러웠던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빼곡한 타이틀은 왜 그리 많은지? 이름난 최근작을 찾는다면 별 문제지만 덜 알려진 고전, 제목이 가물가물한 명작을 만나려면 행운이 따라야 합니다.
이럴 때 이 책, '내게 행복을 준 여성 영화 53선'(옥선희 지음, 여성신문사)을 권합니다. 여성영화? 이 대목이 약간 걸리긴 하지만 저자 서문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중에 여성의 일상과 사랑, 우정, 직업 등을 보여주는 영화를 여성영화로 보았다. 그중에서 되풀이해 보고 싶은 영화, 볼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를 골랐다"고 하네요.
15년 가까이 각종 매체에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전문가의 추천이니 일단 믿음직스럽습니다. 여자들만의 비밀이야기, 다양한 사랑의 방식 등 여섯 범주로 나눠 제작 뒷이야기 등 감상 가이드를 담았습니다. '중년에 찾아온 사랑-매디슨카운티의 다리''캘리포니아 사막에 피운 꽃-바그다드 카페''가정주부의 현실과 이상-업 더 샌드박스' 등 시대와 장르, 국가를 안배한 글 제목만 봐도 행복해집니다.
혼자 감상에 젖거나 "아, 맞아 바로 내 얘기야"할 영화를 고르고 싶을 때 들춰볼, 맞춤한 책입니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