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의 여유] 여자들의 사랑 그리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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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데이트할 때 영화관은 필수 코스입니다. 아, 매번 그렇다는 게 아니라 영화관 한 번 들르지 않은 연인들은 없을 거란 뜻입니다.

우리는 분위기를 잡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혹은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극장을 찾곤 합니다. 인기작을 보려고 매표구 앞에 줄을 서기도 하고, 상영 시간은 다가오는데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느라 맘 졸이기도 하고…. 요즘이야 인터넷 등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니 그럴 일이 없지만 벼르고 간 영화가 매진돼 암표를 사기도 하고 그러다가 단속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영화와 관련한 추억 한 토막은 어느 부부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영화관 나들이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이라 해도 일상에 쫓겨 큰 맘 먹지 않고는 영화관 가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영화, 인기 높은 화제작이라 해도 '에휴, 비디오로나 보지'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당혹스러웠던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빼곡한 타이틀은 왜 그리 많은지? 이름난 최근작을 찾는다면 별 문제지만 덜 알려진 고전, 제목이 가물가물한 명작을 만나려면 행운이 따라야 합니다.

이럴 때 이 책, '내게 행복을 준 여성 영화 53선'(옥선희 지음, 여성신문사)을 권합니다. 여성영화? 이 대목이 약간 걸리긴 하지만 저자 서문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중에 여성의 일상과 사랑, 우정, 직업 등을 보여주는 영화를 여성영화로 보았다. 그중에서 되풀이해 보고 싶은 영화, 볼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를 골랐다"고 하네요.

15년 가까이 각종 매체에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전문가의 추천이니 일단 믿음직스럽습니다. 여자들만의 비밀이야기, 다양한 사랑의 방식 등 여섯 범주로 나눠 제작 뒷이야기 등 감상 가이드를 담았습니다. '중년에 찾아온 사랑-매디슨카운티의 다리''캘리포니아 사막에 피운 꽃-바그다드 카페''가정주부의 현실과 이상-업 더 샌드박스' 등 시대와 장르, 국가를 안배한 글 제목만 봐도 행복해집니다.

혼자 감상에 젖거나 "아, 맞아 바로 내 얘기야"할 영화를 고르고 싶을 때 들춰볼, 맞춤한 책입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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