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20일 중앙일보사에서는 중앙일보를 창간호부터 지령 5천호에 이르기까지 1부도 빠뜨리지 않고 수집, 보관하고 있는 애독자를 부부동반으로 초청하여 이틀동안의 푸짐한 사은잔치를 베풀어주었다.
이 색다른 초청으로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를 하게된 우리 부부는 기념식장에 모인 61명의 창간독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상경하기전 내가 생각한 인원수는 기껏해야 10명 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6년2개월10일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1부도 빠뜨리지 않고 신문을 깨끗하게 보관하기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골동품이나 서화를 수집하는 취미는 좀 고급스러운 반면, 매일 읽는 신문을 고스란히 모은다는 것은 취미치고는 아무래도 좀 따분한 일면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두가지 동기, 즉 창간호부터 모을 수 있다는데 대한 매력과 경제사학도로서의 자료 활용을 목적으로 중앙일보를 모아오는 동안 느낀 기쁨을 어디에다 비할 수 있을까?
현재란 항시 과거와 미래를 잇는 그러한 싯점이고 그러기에 현재란 과거의 소산인 동시에 미래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역사를 창조하는 싯점에서 살고 있으며 신문은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연재되고 있는『제3공화국』『「사다트」최후의 회고록』등은 바로 그러한 신문의 위치를 새롭게 부각시켜 주는 기획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문이 보도의 신속성·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대중사회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그 계도성도 중요시되는 만큼 사회 저명인사들의 숨은 노력과 그 시대상을 통해 무언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도 중앙일보만의 참신한 기획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의 신문은 개성이 없고 내용면에서도 대동소이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되는 것이고 보면, 보다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려는 신문인들의 줄기찬 노력 아낌을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호텔신라의 만찬회에는 간부사원들이 대거 참석하여 독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는데 바로 이러한 독자의 말에 귀기울이려는 자세가 신문의 질적 향상에 그대로 기여하는 바가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그 자리에 모인 독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아니었을까.
나는 신문제작과정을 견학하면서 10여년 전과 비교하여 인쇄시설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왔다는 걸 느꼈거니와 1백만 부를 돌파했다는 발전에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 경의와 찬사를 보내면서 거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좋은 신문을 만드는데 더욱 정성을 쏟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앞으로도 중앙일보사에서 이런 노력을 계속하여 독자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많이 읽혀지는 신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