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헌소지 신문법, 헌재 결정 전 개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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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6개 신문사가 공동으로 '신문유통원 설립 기초안'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투자자금 701억원과 운영자금 900억원에, 별도로 올해 신문유통원 설립 및 시범센터 운용 소요자금 50억원이 드는 것을 합치면 1651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문사들이 자발적으로 공동배달 체계를 갖추는 데 대해 반대할 뜻이 없다. 언론사 간의 과잉 경쟁이나 중복 시스템으로 불필요하게 경비가 지출되는 것을 막아 경영 합리화를 꾀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신문유통원이 국고에 의해 운영된다는 데 있다. 신문유통원의 설립을 규정한 신문법 제37조 5항은 신문유통원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신문유통원 설립 기초안'이 정부에 전달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고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 모인 것이다. 비록 언론이 공익적 성격이 있다 해도 본질적으로 사기업인 언론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더욱이 기초안에는 공동배달센터의 전국적인 유통 네트워크가 정부 및 지자체의 공익적인 정보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권력의 파수꾼이 돼야 할 언론이 '공익 정보'의 너울 아래 본질적 사명을 훼손할 우려도 없지 않다.

최근 열린 세계신문협회 서울 총회에서도 오라일리 회장이 "한국 신문법이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비춰 봐도 어긋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정, 편집위원회 규정 등 신문법이 안고 있는 위헌적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월 27일 이 법이 통과한 이후 곧 행복추구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환경건설일보가 첫 헌법소원을 낸 뒤 동아.조선일보도 헌소를 제기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법이 시행되기 전에 문제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 작업을 서둘러 혼선이 일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