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어처구니없는 성남 공연장 붕괴 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세월호 참사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어제 오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적어도 관람객 14명 이상이 15m 아래 지하로 추락해 숨졌다. 병원으로 후송된 11명의 중상자 중 일부는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는 1000여 명이 인기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사가 일어나 슬픔을 더했다.

 공연장 사고는 20여 년 전부터 빈발해 왔다. 1996년 대구의 MBC 공개방송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다 앞쪽 관람객들을 덮쳐 한 명이 사망했고, 2005년 경북 상주의 MBC 가요콘서트에서도 앞줄 관람객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11명이 숨지고 110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고 역시 전형적인 인재가 부른 안전사고였다. 희생자들은 공연을 더 잘 보려고 환풍구 덮개에 올랐다가 철제 덮개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변을 당했다. 현장에는 시공 때부터 펜스를 쳐 접근을 막았어야 할 환풍구 덮개 주변에 아무런 안전시설이나 위험경고 표시가 없었다. 공연장 안전요원들이 위험한 환풍구 주변의 관람객들을 미리 통제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참사에도 우리 사회의 엉성한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진국의 경우 전문인력들이 무대 세트를 세우고 안전을 점검하지만, 우리의 공연·스포츠계는 빈약한 자본과 열악한 사정 때문에 허술하게 관리하기 일쑤다. 주최 측도 더 많은 관람객 유치에만 신경을 쓸 뿐, 선진국처럼 행사장 곳곳을 미리 점검하고 사전에 위험을 통제하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의 다짐은 또 공염불이 됐다. 다중(多衆)이 몰리는 곳엔 언제나 대형 참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우리의 다중시설 주변에 위험요인이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후진국형 비극을 막으려면 설계단계 때부터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안전불감증에 젖어 참사를 자초하지는 않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