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6·15 공동수업'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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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오늘부터 18일까지 초.중.고 학생에게 '6.15 남북 공동선언'을 주제로 수업을 실시한다. 이는 남한의 두 단체와 북한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 공동선언문 채택 5주년을 맞아 남과 북에서 공동으로 수업을 개최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수업은 필요하다. 남한의 대통령과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 것 자체가 분단의 한반도 역사에서 갖는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단력과 비판력이 부족한 나이 어린 학생에게 시사문제, 특히 남북문제를 언급할 때는 균형 잡힌 교육이 필요하다. 막연히 공동선언의 의의만을 강조할 경우 학생을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 공동선언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해설도 중요하지만 공동선언문 가운데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 부분과 그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전교조가 마련한 '남북 6.15 공동수업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종일관 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의 앞길을 자주적으로 열어간다는 큰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지난 1년 동안 남북대화 중단 등 북한의 불성실한 자세로 공동선언이 사문화되고 있는 데 대한 내용이 없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걸림돌인 북핵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표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동수업은 학생에게 '남북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북이 합심하면 통일된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을 심어줄 뿐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편향적 수업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전교조는 학생을 이념의 늪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남북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심어줄 내용을 가르치기를 촉구한다. 교육 당국은 일선 교사의 공동수업을 방치하지 말고 내용이 적절한지 따져보고 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