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86. 아파트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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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각종 규제를 강화했지만 강남 집값은 되레 상승하고, 판교 분양을 앞두고 주변 지역 시세까지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늘 그랬듯이 오늘 또 방망이 처방이 나오는 모양이다.

자이, 더샾, 위브, 아이파크, 나우빌, 아너스빌, 아이원, 리슈빌, 엠코타운, 쉐르빌, 미소지움, 데시앙, 이노스빌, 오투빌, 상떼빌….

각 건설업체의 아파트 상표다. 온통 외국어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무리하게 외국어를 끌어 쓰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것도 있다.

'미소지움'(MISOZIUM)은 우리말과 영어를 적당히 조합했으나, 미소를 없앤다는 뜻이 된다. '미소지음'으로 해야 의미가 통한다.

'더샾'(the#)은 '더샤프'가 원칙이지만, 받침으로 처리하려면 '더샵'으로 해야 한다. 외래어 표기에서 받침 'ㅍ'은 'ㅂ'(대표음)으로 적는다. '커피숍'을 '커피숖'으로 쓴 꼴이 됐다.

표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거리 간판에 이어 아파트 이름까지 온통 알 수 없는 외국어로, 결국은 비슷비슷해 구분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오죽하면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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