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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인·투·파이브』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인·투·파이브』-새해 들어 외화 팬들에게 유쾌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다.
직장 여성들의 지위향상을 강조하는 코믹터치의 이 영화가 그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여성들에게 누적돼 있던 직장에 대한 불만이 이 영화에서 발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표면화된 것은 없으나 미국에선 여직원과 남자상사 또는 동료 남자직원과의 미묘한 관계가 빈번히 발생,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즉 진급·승급을 미끼로한 여직원과 상사와의 스캔들, 남자직원에 비해 차별받는 대우 등이 그것이다.
원제 『9 to 5』는 사무실의 근무시간을 가리키는 뜻.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사무실 안에서의 여직원을 둘러싼 이런 잡다한 문제들이 이야기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막연히 여성파워를 부르짖는 어거지 극이 아니라 미망인 (제인·폰터)·이혼녀 (릴리·톰린)·유부녀 (들리·파튼) 등 3총사가 사장에게 접근,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절묘한 작전의 전모가 폭소와 드릴 속에 전개된다.
남성만이 지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오랜 통념을 다분히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며 기혼녀들의 잠재능력의 문을 열어 남성들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화에 적중함 계몽적인 주장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제작은 월남전 문제·반핵운동 등 심각한 미국내 사회문제를 즐겨 테마로 선택했던 「제인·폰더」(「헨리·폰더」의 딸)가 전혀 취향이 다른 오피스 코미디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 영화의 각본은 역시 여성해방 운동가인 「퍼트리셔·레즈닉」 여사가 쓴 완전 픽션이지만 직장여성 지위향상 운동의 지침서로 알려진 「잰·태퍼먼」의 『가정부도 기계도 아닌』 (1976년간)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고 미국의 풍부한 물질사회에서도 미망인과 이혼녀의 생활책임에서 오는 고민과 외로움, 직장에서 오는 정신적 갈등을 우리 나라 여성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친근감과 함께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연방평등 고용기회 위원회 (EEOC)와 여성사무 노동자조직 (WOW)이 『여성 필견의 영화」라고 추천하고 있다. 『콜걸』과 『귀향』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행동파 여배우인 「제인·폰더」와 80년대 「마릴린·먼로」로 불리고 있는 인기가수 「돌리·파튼」, 강렬한 개성의 매력을 지닌 코미디언 「릴리·톰린」 등 세 여배우의 개성있는 연기도 일품이다.
이 영화의 히트에 대해 타임지가 『여성의 지위향상이란 구호는 허울 뿐, 직장인끼리의 경사, 코미디가 흥행에 성공을 가져다주었을 뿐 영화 자체로는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한점은 염두에 둘 일이다.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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