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산책] 육상계 얼짱 전덕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 전덕형이 충남대 백마상 앞 잔디밭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훈련 중인 전덕형은 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대전=강정현 기자

"지금 페이스라면 올해 안에 한국기록도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글서글한 마스크에 시원한 미소. 스물한 살 육상 선수 전덕형(충남대)이 불쑥 내뱉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6년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 남자 육상 25개 종목 중 가장 오래된 한국기록인 100m 기록을 올해 안에 깨고 싶다는 말이다.

'육상의 꽃'이라는 100m 한국기록은 서말구가 1979년 여름유니버시아드(멕시코시티)에서 세운 10초34다. 이 기록이 '떠오르는 스타' 전덕형에 의해 깨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덕형은 지난 4일 끝난 제59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10초51, 200m 20초98을 기록했다. 모두 자신의 최고기록이다. 한국기록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전덕형의 기록 향상 속도를 보면 그의 장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충청도 사람이 말은 느리지만 동작은 빠르다?

온양중 2학년 때 육상부 친구들과 100m 달리기를 해서 2등을 했다. "출발을 했는데 육상부 친구들은 벌써 저 앞에 나가는 거예요.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거의 다 따라잡았어요." 그 친구들이 육상부 교사에게 전덕형을 소개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달리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찬성할 부모가 있겠습니까."

집요하게 졸라대는 아들에게 부모는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이라는 조건부 허락을 했다. 중3 때인 99년 4월, 처음 출전한 종별선수권 100m 결승에서 전덕형은 10m도 못 가서 넘어지는 바람에 꼴찌로 들어왔다. 육상 선수의 꿈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뜻밖의 말을 했다. "충청도 사람이 말은 느리지만 동작은 빠르다. 이왕 할 바엔 제대로 해서 '날쌔다'는 소리를 듣도록 해라."

전덕형은 그해 제28회 문광부장관기 대회 100m에서 2위, 200m에서 1위로 골인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전국대회 첫 우승이었다. 충남체고로 진학해 2001년 전국체전 100m에서 10초62의 고등부 최고기록을 세우며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 미야카와를 만나다

전덕형은 작년 10월 일본의 단거리 코치 미야카와 지아키(58.도카이대 교수)를 만났다. 대한육상연맹이 지도자 강습을 위해 2003년 12월 국내에 초빙했던 미야카와를 충남대 이정흔 교수가 섭외해 유학을 성사시킨 것이다. 전덕형은 충남대 측의 배려로 도카이대에서 미야카와 코치에게 배우고 있다. 미야카와는 91년 세계육상선수권 4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결선에 진출한 다카노 스스므와 98년 아시아육상선수권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10초F)을 세운 이토 고지를 길러낸 명지도자다.

미야카와는 자세와 주법을 중시한다. 국내에서는 ▶무릎을 위쪽으로 들고▶발 앞쪽으로 킥을 하도록 가르치는데, 미야카와는 ▶무릎은 골반과 같이 앞쪽으로 내밀고▶발뒤꿈치를 땅에 스치듯 지나가다 발 앞쪽으로 킥을 하라고 가르친다. 전엔 출발 총성이 울리면 고개를 들고 무릎을 올렸으나, 지금은 머리를 숙인 상태에서 발을 낮게 앞쪽으로 끄는 방식으로 바꿨다. 전덕형은 "스타트 자세를 바꾸면서 기록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 목표는 두 가지

첫째는 100m 한국기록을 깨며 동양인 최초로 9초대에 진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육상계 '얼짱'으로 통하는 전덕형은 여학생팬이 많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여자친구도 사귀지 않겠다"고 한다.

대전=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전덕형은

▶출생:1984년 8월, 충남 아산 ▶체격:1m85cm, 76kg

▶가족:전효남(53.경찰공무원)-손근례(46)씨의 1남1녀 중 둘째

▶학교:온양 중앙초-온양중-충남체고-충남대 3 ▶취미:노래듣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