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공포『붉은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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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2월17일 이탈리아의 좌익테러집단인 붉은여단에 의해 납치된 NATO 남부유럽지상군통합사령부의「제임즈·도지어」미육군준장의 생사여부는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테러전문수사요원까지 파견해 이탈리아경찰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고있다.
붉은여단은 지난 78년3윌 당시 집권 기민당당수였던 「알도·모로」전수상을 납치. 교황 「바으로」6세.「쿠르트·발트하임」유엔사무총장등의 석방호소에도 불구하고 50일간의 감금 끝에 그를 살해한후 로마중심가에 내다버렸었다.
붉은여단은 l970년 이탈리아에 공산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었다고 믿는 가톨릭 신자이며 비누세일즈맨인 「레나토·쿠르키오」에 의해 창설됐다.
「쿠르키오」는 밀라노의 한백화점을 털어 마련한 2만5천달러의 자금으로 붉은여단을 조직했고 그해 8월 밀라노의 지멘스 전기회사를 습격함으로써 처음으로 그 모습을 외부에 드러냈다.
둥근원속에 붉은별이 그려진 마크와 『공산주의를 위해』라는 구호를 쓴 휘장으로 상징되는 붉은여단은 마르크스주의혁명을 꿈꾸는 공산주의자들의 집단이다.
30여년간의 기민당의 장기집권과 60년대말의 학생소요후 별다른 사회개혁을 이룩하지 못한데 실망해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이조직에 가담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8년에 체포된 한단원은 당시 붉은여단의 총인원이 1천5백명이 넘고 로마·밀라노·제노아등 4개지역 행동대로 나누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좌익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이탈리아의 현 정치체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질서를 교란시켜야한다고 믿고 그동안 갖가지 테러활동을 벌여 이탈리아룰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 76·77·78년 3년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이들은 판·검사등 법조인, 경찰간부, 언론인, 정치인들을 납치 살해했고 로마의 신문사를 습격하기도 했다.
79년에는 테니스선수「비외른·보리」가 이스라엘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공개돼 이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기도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비가 삼엄한 정부청사안에 있던 봉급수송용 무장트럭을 습격, 총격전끝에 60만달러(약4억2천만윈)를 탈취했다.
이들은 피납된 인물을 소위 인민형무소에 수감, 인민재판을 열어 심문을 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특색이다.
「모로」전수상이 살해된 뒤 79년「콧시가」내각이 새로운 테러방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은 다소 제약됐다.
그후 경찰은 인원과 장비를 대폭 증강해 지난3년간 테러혐의자들을 대량 검거했다. 지금 이탈리아에는 약3천명의 테러분자들이 수감돼있고 그들중 상당수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최근 경찰간부는 레바논·남예멘·리비아·체코슬로바키아 등지에서 무기를 공급받고 있고 단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가을 구속된 동료의 석방과 제3세계혁명운동을 위해 추동계회전개시를 천명했었다.
「도지어」장군을 납치한후 이들은 첫성명을 발표해 NATO와 미제국주의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고 서독의 적군파, 에이레공화국군 (IRA), 스페인의 ETA(바스크분리주의 테러단)등 유럽의 각게릴라단체들과의 반제국주의 공동전선을 촉구함으로써 현재 서구에 팽배해있는 반미·반핵무드에 편승하고 있다.
이번 「도지어」장군의 납치극은 그동안 수많은 테러활동에도 이탈리아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실패한 붉은여단이 제3국인을 납치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추봉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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