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간난 문인단체 통합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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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문인협회의 정기총회가 1월말로 예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직무대리 조경희)와 한국문학협회(이사장 설창수)로 갈라져있는 문인단체가 하나로 되어야한다는 요구가 문인들 사이에 높아져 가고 있다.
조연현전이사장의 타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 대두되고 있는 이 같은 주장은 과거 조이사장과 일부 문인들 사이에 있었던 응어리가 지금까지 문제될 것이 없고 따라서 서로간에 양보가 있으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직 양단체의 간부들이 한번도 직접 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주장과 양보의 선을 제시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생각들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에서 자리를 함께 할 의양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있는 가장 큰 요인은 현재 문인협정관중「이사는 자동직 대의원이 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75년 문인협정기총회에서 규정된 것으로 많은 문인들의「비민주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지난해 한국문학협회가 창립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국문학협 부이사장 이근배씨는『이 조항 때문에 한번 문인협의 주도권을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주도권에 변화가 생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문인협은 이사장단과 분과위원장(소설·시 등 8개 분과)을 1백43명의 대의원이 선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중 66명의 대의원을 전 집행부의 이사들이 차지하고 그 나머지는 각분과의 문인들이 투표로 뽑게 되어있다. 문학협측은 이사들이 전 집행부에 유리하게 선정되었기 때문에 전 집행부는 무조건 유리한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문학협회원으로 있는 김주영씨는『문인협의 이 같은 정관은 없어져야하며 새 집행부는 문인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인협측은 과거의 선거경험에 비추어 직접선거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사무국장 오학영씨의 말). 또 이사의 대의원자격획득에 대해서도 곽학송씨 같은 사람은 『문단의 원로·중진들에 대한 예우로 마땅히 존속돼야한다』면서『원로나 중진들이 대의원선거에 참여하는 경우의 어색함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문인협측은 그러나 조연현 전이사장이 지난해 1월 재선되면서 정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정관심의소위원회를 만들었고 현재 이 위원회에서 정관개정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인협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관이 현재 이사 66명을 대의원으로 하는 조합을 변경하지 않는 대신 분과위원회에서 회원들이 선출하는 대의원수를 대폭 늘려 전체 대의원수를 3백명 정도로 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전체대의원수가 3백명이 될 경우 이사로서 대의원이 되는 사람인 66명은 20%를 조금 넘는 선이다.
정관 이외의 여러 문제는 더 타결의 전망이 밝다. 문인협측은 정관이 개정되고 문학협측이 이사장 등 임원선거에 참여할 경우「선문학협 해체·후참여」를 주장하고 있는데 문학협관계자는 정관만 납득할 수 있도록 고쳐진다면 문학협측은 무조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인협이 민주적으로만 운영될 수 있다면 문인들이 여기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 단체의 관계자나 많은 문인들은 문학단체가 정치단체나 사회단체처럼 주도권 쟁탈을 위한 극렬한 투쟁을 벌여서는 안되고 문인답게 이끌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과거의 경험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번 경우에도 어느 한쪽이 임원선거에 참여하여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통합을 거부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통합이 이루어져 선거가 있게되면 선거전은 선의의 경쟁을 넘어서는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문인협의 M씨·P씨 등은 그간의 경력으로 만든 자파세력을 모아 이사장선거에 대비하고 있고 문학협의 L씨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일부에서는 문인협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이사장단이 젊어져야한다는 주장과 함께「40대기수론」도 내놓고있다.
경합상과 함께 타협안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현재 양 단체의 간부급이 모두 퇴진하고 제3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 문협을 구성하자는 것과 ▲원로급의 불편부당한 인사에 의한 문인협운영 등이다.
문단일각에서는 이미 원로급에 대한 접촉이 시도되고 있는데 어쩌면 문제는 이쪽에서 의외로 쉽게 타결될지도 모른다.
문인단체는 할 일이 많다. 의료보험가입·원고료인상·원로문인연금제도·창작활동을 위한 지원과 보호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문인들이 문학단체가 통합돼 문인들을 위한 일몰 적극적으로 해주기 바라고있다.
원로문인 이헌구씨는『문인단체통합은 움직일 수 없는 대전제』라고 말하면서 통합을 촉구했고 중견소설가 이청준씨도『현실적인 여러 문제를 위해서도 문인단체는 하나가 되어 활발히 움직이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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