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로 실명환자 시력 회복 차병원·미 기업 임상시험 세계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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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병원 그룹의 차바이오가 미국의 줄기세포 전문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실명환자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로 미국 ACT(Advanced Cell Technology)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차바이오의 성공 소식은 15일 의학전문지 ‘랜싯’ 10월호에 실렸다.

 이에 따르면 ACT는 노인성 안과 질환인 황반변성 환자와 희귀 망막질환인 스타르가르트 황반이영양증 환자 18명에게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망막색소상피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했다. 그 결과 시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로버트 란자 ACT 연구실장은 “이번에 암 유사 세포 등의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의 배아줄기세포 치료는 시각세포를 받치는 망막색소상피세포를 줄기세포로 배양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번 임상시험 환자 18명은 망막색소상피세포가 손상돼 시력이 감퇴하거나 실명했었는데 이번 치료를 받고 13명이 색소세포가 늘어나면서 시력이 회복되거나 개선됐다고 한다. 어떤 환자는 말을 탈 정도까지 회복됐다. ACT사와 공동으로 이를 개발한 차바이오는 현재 차병원에서 ACT사와 같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의 임상시험이 성공함으로써 일본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황반변성 같은 망막질환 환자가 크게 늘고 있어 이들의 치료에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치료제는 불임부부가 사용하다 남은 냉동 수정란(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만든 뒤 망막세포로 분화시킨 것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이다.

 차바이오는 2011년 4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이번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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