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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다에 두고 수술 못 해" 체육관 지키는 뇌종양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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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수색작업 해역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다윤아, 미안하다.”

 세월호 사고 6개월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8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세월호 사고로 실종된 안산 단원고 허다윤(17)양의 이모 박모(47·여)씨의 외침이 어둠을 갈랐다. “내가 죄인이지”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린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조카를 위해 세월호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비를 내줬던 이모였다. 그래서 죄책감이 더하다고 했다. 진도에서 조카를 기다리기 6개월째다. 박씨의 동생인 허양의 어머니(44)는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섬유종을 앓으면서도 진도체육관에 머물며 딸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도 미뤘다. “딸을 차가운 바다속에 둔 채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역시 실종된 단원고 황지현(16)양의 부모는 6월 중순부터 넉달째 아침마다 팽목항에 과일 등으로 아침상을 차리고 있다. 불현듯 “우리 딸 배고프겠지”라는 생각이 떠올라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14일에도 상을 차린 어머니 심모(49)씨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널 찾지 못하는 우리, 울 수도 없는 죄인이구나.”

 현재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실종자 10명의 가족 약 20명과 이들의 식사 등을 돕는 자원봉사자 10여 명만 남아 있다. 이들이 실종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거의 석달이 돼 간다. 지난 7월 18일 조리원 이묘희(56·여)씨의 시신을 수습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가족들은 거의 매일 팽목항에 나와 소식을 기다린다.

 실종자를 찾는 작업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경과 민간잠수사들이 줄곧 함께하고 있다. 15일에는 잠수사 108명이 물에 들어가거나 대기했고, 해경·해군 함정 45척, 어선 14척 등이 부근 바다를 수색했다.

 지금까지 잠수사들은 모두 2461차례에 걸쳐 배 안을 뒤졌다. 학생들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층 식당은 70차례, 로비는 55차례 수색했다.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은데 물이 탁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장애물까지 치워가며 수색을 하다보니 같은 곳을 살피고 또 살피게 됐다.

 그래도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곳이 있다. 4층 배 뒷부분 왼쪽의 객실 네 개다. 집기가 쏟아져 내리고 구조물이 허물어져 지금도 장애물을 치우는 중이다. 해경 측은 “장애물을 거의 치웠다”며 “곧 수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색 작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벽체와 철제 구조물 등이 바닷물 속에서 부식돼 쓰러져 연신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다. 점점 차가워지는 바닷물 온도 또한 걸림돌이다. 체력이 빨리 떨어져 잠수 시간이 더 짧아진다. 자칫하면 잠수부가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다. 수색작업을 지휘하는 해경 본청 박광호(46) 경감은 “여건이 녹록치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찾아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실종자는 단원고 학생 5명, 양승진(58)씨 등 교사 2명, 권재근(51)씨 등 일반 승객 3명이다.

진도=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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