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문고(文庫) 시리즈 ‘살림지식총서’가 15일 500호 『결혼』을 출간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겠다는 취지로 2003년 1호 『미국의 좌파와 우파』를 내놓은 지 11년여 만이다. 국내 저자들이 집필한 문고 총서가 500권을 넘어선 것은 국내 출판계 첫 사례다. 문고는 도서의 대량보급을 위해 휴대하기 편하도록 작은 판형으로 만들어진 책을 말한다. 프랑스의 ‘끄세즈’, 일본의 ‘이와나미’ 등은 수천 종 이상 발간된 유명한 문고 시리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300호 이상 발간된 문고 시리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판사들이 크게 장사가 되지 않는 문고에 지속적인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림지식총서는 정치·사회·경제·경영·취미·실용·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망라하며 꾸준히 출간을 이어 왔다. 특히 번역서 없이 모두 국내 저자가 집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시리즈 전체가 250만 부 이상 팔려나갔으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56호), 『색채의 상징, 색채의 심리』(21호) 등은 2만 부 가까이 판매됐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쓴 500호 『결혼』은 결혼 제도를 인류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심만수 살림출판사 대표는 “앞으로 중진·원로학자들의 주요 저작을 5~10권씩 모아 출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