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못 견뎌 한국 떠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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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맞고 따돌림당해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서울 서초동 모중학교 1학년 Y군(13)의 어머니 박모(48)씨는 8일 학교 폭력에 시달린 아들을 더 이상 한국에 둘 수 없어 영국으로 떠날 생각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학교 폭력을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우리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조국을 떠나겠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1남3녀 중 막내 아들인 Y군은 어머니의 만류로 일주일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박씨는 지난 4일 경찰에 아들을 괴롭힌 7명의 가해 학생을 신고했다. 학교 측은 9일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박씨의 고통은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들이 체격이 왜소하고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박씨는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학교에서도 악몽은 이어졌다. Y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따돌림당했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학기 초부터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날아 차기'로 Y군의 가슴팍을 발로 찼고, 지난 3월엔 체육복을 갈아입는 Y군의 속옷을 벗기고 우는 얼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우는 아들을 달래고 가해 학생과 부모들로부터 사과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Y군은 이후에도 하루 두 차례씩 6 ~ 7명의 아이들에게 끌려가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학생 2명이 Y군을 학교 건물 4층 창틀에 세워 놓고 팔을 잡은 상태에서 건물 밖으로 밀어냈다고 한다. 10여 일 뒤 아들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박씨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다른 학생 5명이 구경을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볼 수 없는 일"이라며 "잘못하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안일한 태도도 원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교감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교육을 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아이들의 생각 없는 장난이 어떤 학생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백일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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