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선 '세계 미술관 25곳' 기획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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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농민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가 1855~60년께 그린 ‘우물에서 돌아오는 여자’.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에 나온 이 유화는 정직한 노동으로 땀흘리는 농민의 신성함을 사실주의로 묘사했다.

'올 휴가에는 외국 미술관을 찾아 명화를 실컷 보리라' 마음먹었던 사람이라면 시간도 벌고 돈도 굳는 행운의 여름이다. 서구 미술사에 빛나는 거장의 걸작이 골고루 수백 점 넘게 한국을 찾아왔고, 20세기가 손꼽는 세계적 미술관 25개를 살피는 기획전이 주머니 얄팍한 관람객을 부른다. 여권 없이 즐길 수 있는 본바닥 미술과 미술관 순례 길을 안내한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6월 10일~8월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의 그림은 우리 눈이 최초로 만나는 서양화였다. 흔히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글귀를 달고 이발소 벽에 걸려있던'만종'이나 '이삭줍기'는 편안하고 은은한 빛을 발하며 우리 가슴을 푸근하게 안아 주었다. 서양 회화사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낯익고 유명한 그림으로 꼽히는 농민화가 밀레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2년 전 선보였던'밀레의 여정'전 이후 다시 한번 밀레의 그림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다.

밀레 애호가인 재일동포 진창식(72)씨의 소장품 106점이 나온 이번 전시에서는 밀레를 비롯해 코로.루소.도비니.트루아용.디아즈.뒤프레 등 '바르비종의 일곱 별'이라 불렸던 화가와 사실주의의 거장 쿠르베를 만날 수 있다. 02-368-1616.

◆20세기로의 여행:피카소에서 백남준까지=8월 15일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 '원작으로 보는 현대미술 교과서'란 부제가 딱 맞춤하다. 개관 110년을 맞은 네덜란드 스테델릭미술관 소장품 71점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42점을 더해 '추상' '표현' '개념'이란 큰 줄기를 따라 20세기 회화사를 한자리서 꿸 수 있게 정리했다. 02-2022-0616.

◆대영박물관 한국전=7월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 7월 26일~10월 9일 부산박물관. 700여 만 점 소장품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을 자랑하는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의 순회전으로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복제품과 독일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원화 등 335점. 02-518-3638.

◆새로운 세기, 세계의 미술관=6월 10일~7월 21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세기 말 10년 동안 세계 곳곳에 경쟁적으로 지어진 미술관 가운데 우수작으로 꼽히는 25개 미술관의 건축적 구조와 건립 과정을 살펴보는 순회전. 화제를 불러일으킨 프랭크 O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안도 타다오의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의 사진.드로잉.설계도.모형으로 21세기 건축의 미래를 내다본다. 02-2188-633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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