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6자회담 복귀 비친 북, 기대 깨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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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통보해 왔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특히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 등 기존의 회담 복귀 조건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1년여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6자회담이 개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북한이 '복귀 시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회담 날짜가 정해져 당사자들이 모두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는 6자회담 과정이 재개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길게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북한의 제의가 미덥지 않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복귀 의사'만 던져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한 뒤 '복귀 시일'을 놓고 또다시 흥정을 벌이려는 전술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과거에 북한이 이런 식의 협상술을 자주 구사해 온 것을 감안하면 한.미가 우려하는 데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6자회담이 열려 북핵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잘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회담이 성사되도록 하는 것이 한.미의 최우선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제의를 큰 틀에서 포용할 수 있는 면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계속 억지를 부리거나 시간 벌기로 나간다면 이를 오냐오냐하며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분명한 선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불쑥 철회할 핑곗거리를 줘서도 안 된다. 변덕스러운 상대를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도 일단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만큼 더 이상 갈팡질팡하다 모든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할 국가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