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지금 ‘촉새 논쟁’…오털런 먹게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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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털런을 다시 먹게 해달라” 최근 프랑스에서는 참새만한 크기의 촉새 ‘오털런’을 먹게 허락해달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쉘 궤라르, 알랭 뒤카스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들이 주도해 오털런 요리를 다시 허용해달라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털런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다. 핀셋으로 눈알을 뽑은 뒤 무화과로 살을 찌워서 프랑스 고급 사과 브랜디인 아르마냑에 담궈서 익사시킨다. 먹는 방법 또한 특이하다. 오털런을 먹는 사람은 반드시 하얀 냅킨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먹어야 한다. 하나님이 오털런을 먹는 잔인한 관경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NYT는 “헤이즐넛 맛으로 시작해 뼈와 살까지 한꺼번에 먹으면 또다른 차원의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맛”이라는 평가가 따라붙기도 한다.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오털런 애호가로 유명했다. 특히 미테랑은 1996년 죽기 전 마지막 만찬에서 두 마리의 오털런을 먹었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1999년 오털런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하자 오털런의 샤냥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했다. 앞서 1979년 EU도 오털런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샤냥을 금지했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들은 암암리에 오털런을 먹고 있다. 이렇게 소비되는 오털런이 한 해에 3만 마리가 넘는다. 오털런 한 마리는 150유로(20만원)에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털런을 다시 요리하게 해달라는 운동을 주도하는 프랑스 셰프들은 “북유럽까지 합치면 오털런의 수는 현재 3000만 마리를 웃돌고 있다”며 “멸종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궤라르는 “우리는 새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미식 전통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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