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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관훈토론 지상 중계] "1세기 이내 복제인간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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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관훈토론회에서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실용화를 마라톤 코스에 비유할 경우 자신의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해결 과제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

황우석 교수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연구 과정의 투명성과 보안은 상충한다"며 "보안이 꼭 지켜진다는 보장만 있으면 종교계나 윤리학계의 사람들을 (연구 과정의 투명성 검증에) 참여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윤리학자가 현재 한국에 와 황 교수 연구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그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곧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세계줄기세포 은행을 올해 안에 설립하도록 추진하겠으며, 국제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노벨상이 목표가 아니며, '참 과학도'로 나중에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연구성과를 발표하기 전 노무현 대통령이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다음은 토론회 요지.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는데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연구 성과) 발표 전날이나 그 다음날이나 똑같다. 그날 귀국해서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해 방송뉴스에는 나가서 (성과에 대해) 말했으며 바로 실험실로 가서 비워 놨던 일주일 동안 진행된 연구상황을 점검하고 오전 1시에 집에 들어갔다."

-줄기세포 연구가 비윤리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부 법학자와 윤리학자 등이 생명체 조작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최소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모든 과학기술은 양면성이 있다. 특히 생명공학 연구에는 양면성이 없다면 학문적 가치가 없다. 그러한 (비윤리적인) 실험이나 연구는 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은 고장난 자동차가 되는 것이고, 적당한 곳에 신호등이 없는 거리가 돼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무질서의 표본이 될 것이다. "

-난자 제공이나 개체복제 등에 대해 검증할 길이 없다.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할 심의기구를 연구팀 외부에 만들 의지는 없는가.

"투명성과 보안성은 경우에 따라 충돌한다. 남의 나라에서 발표된 기술을 복사하는 것이라면 보안성이라는 가치를 우선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희 연구는 많은 과학자가 '과학적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앞서나가는 기술에 대해서는 보안성이 제1의 항목이다. 하지만 투명성과 보안성의 적절한 조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1차에서는 투명성이 다소 약했다고 생각해 두 번째 과정에서는 의학.법.윤리.철학계에 정통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충고를 들었다. 정말로 필요하고 보안성만 철저히 지켜준다면 시민단체나 종교계 분들도 (투명성 검증 과정에) 모시겠다."

-지난해 가을께 정전 사고로 배아가 두 개만 남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정전사고가 있었던 것은 2003년이다.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본다. 지구상 최초로 복제한 배아에서 만든 100여 개의 줄기세포 덩어리가 있어 안심했더니 예기치 않은 정전사고로 환경에 예민한 줄기세포가 두 개만 남고 모두 죽어버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가 봤더니 남은 두 개가 많이 자라 있었다."

-연구 결과에 비밀.보안성이 있다는 것은 과학 연구에 국경이 있다는 것인데, 과학과 내셔널리즘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사이언스를 막을 국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언티스트에게는 조국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 사이언스는 전 인류의 복지를 위해 미래를 향해 가는 희망과 꿈의 열차다. 하지만 그 길에서 조금 해놓고 이것을 자랑스럽게 다 공개했을 때 다음 단계는 우리가 아닌 제3자가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인류의 고마움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받게 하고 싶다는 것이 보안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과학자로서 본인이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노벨상을 어떻게 주는지 전혀 모른다. 나의 목표도 아니다. 역사에 만약 한 줄 기록된다면 '참 과학도였다'라고 되었으면 가장 좋겠다. 첫 번째 줄기세포를 만들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치는 상태에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실험실을 찾아 격려했다. 장관과 총장도 모르는 극비사항이었는데 대통령에게는 (줄기세포를) 보여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정말 내가 대통령이 돼서 가슴 뻐근하게 기쁜 날이 오늘이 처음이다. 대통령으로서 당신과 당신 연구팀에 어떤 지원을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대통령께 '이것은 장거리 경주이며 많은 비용이 들어가도 성공 여부를 잘 알 수 없다. 아무리 빨리 된다고 해도 대통령 임기 중엔 어떤 결과도 안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만약 20~30년 후 역사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만큼 먹고 살 만하고 노벨상이 나온 국가가 됐을 때 20 ~ 30년 전 내가 과학을 알고 지원을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면 어느 가치보다 가장 기쁘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은퇴 후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이 있나.

"현 상황에서 내가 연구 과정과 향후 전망 등을 판단하는 능력은 있겠지만 다른 능력에서는 그분들을 따라갈 수 없으며 제가 남을 곳은 실험실이다. (현 정부 출범 때) 과기부 장관 제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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