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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자사고? 차라리 일반고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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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

난해한 입시를 명쾌하게 정리한 보고서 ‘교육의 정석’(2011년)으로 단숨에 입시판 명강사로 떠오른 이가 있다. 김미연(사진)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입이 간소화됐지만 학부모는 여전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김 애널리스트는 “내 아이를 독하게 평가하고, 전형을 꿰뚫어보면 결코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그가 직설적으로조언하는 고교별로 유리한 전형을 4회에 걸쳐 정리한다. 네 번째는 자사고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를 위한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진보 성향 서울시교육감 사이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자사고가 뭐기에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걸까.

자사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와 지역별로 뽑는 광역 단위 자사고로 나뉜다. 이름에 ‘자율’이 포함된 데서 알 수 있듯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대신 정부 지원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한다. 5년 단위로 재지정(또는 취소)을 위한 평가를 하는데, 이를 통해 지정 취소를 할 수 있어 지금 같은 논란이 빚어지는 것이다.

자사고 진학 실적은 대체로 우수하나, 학교별로 편차가 매우 심하다. 2014학년도 서울대 진학 상위 25개 고교 중 상당수가 자사고다. 특히 전국 단위 자사고가 눈에 띈다. 외국어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외대부고, 전인적 인재 양성으로 유명한 하나고,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가 설립한 상산고, 그리고 오랜 명문 민족사관고 등 대다수의 전국단위 자사고가 좋은 진학 실적을 보였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에 자율성이 보장받지만 과학고나 외고 같은 특목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과목 두루 심화학습을 한다. 또 대부분 전인적 인재 양성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한다. 한 분야만 파고드는 인재보다는 성격이 활발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게 즐거운 학생에게 적합하다.

이런 특성에 맞게 자사고 학생은 대부분 수시전형으로 명문대에 진학한다. 외고는 수시와 정시 비율이 6:4 정도지만 자사고는 과고처럼 수시가 80% 이상이다. 과고와 비슷한 진학 양상을 보이는 건 문과 일색인 외고와 달리 자사고는 문과·이과가 다 있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은 크게 학생부과 논술로 나뉜다. 이과 논술은 사실상 수학·과학 심화 문제풀이식이라 아무래도 문과 논술에 비해 변별력이 확실하다. 면학 분위기나 교육 인프라가 잘 조성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자사고 학생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비교과 활동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문과는 각종 교내 동아리와 봉사활동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고, 이과는 실험이나 논문 쓰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자, 이렇게 여러모로 대학 진학에 유리했던 자사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실 모든 자사고의 대학 진학률과 면학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다. 특히 광역 단위 자사고는 재단 전입금 비율이 낮아 등록금에만 의존하다보니 생각만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이름뿐인 자사고라면 하루빨리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낫다. 만약 명문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도 면학 분위기나 대학 진학 노하우는 이미 축적된 것이라 계속 명문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교육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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