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등으로 지난 3년 간 국내에서 희생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게잡이원숭이'는 1286마리

중앙일보

입력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등으로 지난 3년간 국내에서 1000마리가 넘는 '게잡이원숭이'가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잡이원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종이다. 멸종 위기 상태는 아니지만 국제거래시 통제를 받는 대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양창영(새누리당) 의원은 14일 지방환경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11~2013년 3년 간 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 동·식물 1만7465개체 중 2769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폐사한 동식물 중 게잡이원숭이가 절반에 가까운 1286마리를 차지했다. 1년에 429마리 꼴로 폐사한 셈이다. 폐사한 게잡이원숭이의 대부분(1132마리)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화학연구원 부속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독성 실험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게잡이원숭이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분포하며 신경과학과 질병 등과 관련된 의학 실험에 주로 이용된다.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가까워 동일한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철갑상어 270마리, 민물 열대어인 피라루크가 210마리, 모란앵무 107마리 등도 수입된 뒤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환경청별로는 대전 지역을 관할하는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이 1303 개체로 전체의 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645개체(23.3%), 한강유역환경청이 401개체(14.5%) 등의 순이었다.

양 의원은 "(동물시험 외에도) 통관 과정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이 폐사하기도 하고, 철갑상어와 피라루크(대형 민물어류) 등은 수족관 산소부족 등 관리 부실로 폐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CITES 가입국으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불법 유통을 막고 동·식물 관리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