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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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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풍속에도 언제 그런 것이 있었나 궁금하다. 세밑(세모)에 주고받는 연하장.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8백만장이 발행되었다고 한다.
선현들의 회고담을 들으면 신춘휘호(휘호)같은 것이 아마 우리식의 연하장이었던 것 같다. 새해 아침 세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이 멱을 갈고, 붓을 적셔 어른에게 올리면 덕담이 적힌 휘호 한자락씩을 건네준다. 좋은 시구나 교훈의 말이 적혀있게 마련이다.
요즘은 풍속도 바뀌어 연하장엔 영어문구가 윗자리에 먼저 적혀있다. 일껏 정성이 담긴 연하장이래야 그나마 『고당의 만복』을 찾아 볼 수 있다.
연하장의 유래는 역시 인류문명의 동이 트기 시작한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우·아브·납」(au ab nab)이란 문자가 새겨진 향수병이나 부적이 아직 남아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연하장이라고 한다.
그 뒤로는 고대로마에서도 『새해에 행운을 빈다』는 글귀가 적힌 월계수잎사귀 같은 것들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크리스머스 카드나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동판화와 함께 등장했다.
「아기 예수」의 그림과 함께 신년의 축복을 담아 주고받았다.
크리스머스 카드라는 이름을 붙여, 그것을 상품으로 팔기시작한 것은 공식기록으로는 1843년부터다.
영국의 「J·C·호슬리」라는 사람이 그의 친구에게 보내는 카드를 디자인했다. 이것이 1천장 석판인쇄되어 런던의 한 상점에 선을 보인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연중 축복의 카드를 교환하는 일이 잦다. 크리스머스, 신년, 밸런타인데이, 성패트릭축일(3·17), 부활절, 어머니날, 아버지날. 졸업일, 헬로인(10·31 제성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생일과 결혼일등.
유럽이나 미국의 백화점엔 카드점이 계절없이 붐빈다. 그 가지수만해도 1천총이 넘는다.
「루이스·프랭」. 미국사람들은 이 사람을 『연하장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꽃, 새. 짐승등 아름다운 자연을 소재로 삼은 디자인으로 그는 19세기 중엽 미국에서 명성을 얻었다.
역시 그림이 아름다운 카드는 한번보고 던져버리기엔 아깝다. 서재나 벽에 붙여 놓고 1년 내내 두고보아도 즐겁다. 풍경화, 자연을 그린 그림은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카드는 우선 아이디어가 빈곤해 보인다. 초가와 백설, 민화나 민속품등 단조롭다.
그림자체도 그렇지만, 디자인마저 미적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친필의 서명도 없이 인쇄소가 대행한 신년의 축복은 너무 요식적이다. 매로는 발신인 자신도 모르게 명단에 의해 보내진 연하장도 있다.
하긴 백악관이 해마다 발송하는 연하장도 자그마치 6만장이라니, 면식이나 친필을 가릴 겨를도 없으리라.
하지만 연중 한번이라도 알게모르게 그만한 정분이라도 나누고 지대는 것은 나쁠것도 없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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