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주문건설|평당건축비 백만원 미만|큰 건설회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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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떤 주택이든 원하는대로 지어드립니다.』
아파트나 큰 빌딩만 주로 지어온 큰 건축 회사들이 불황타개의 한가지 방법으로 단독주택도 청부받아 주인의 뜻대로 지어 주는 주문주택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마치 양복점에 가서 옷을 맞추거나 구둣방에 가서 구두를 맞추듯 자가의 취향과 능력에 맞게 주문하면 그대로 지어준다.
벽체나 내장재, 방구조, 주방, 지붕모양에서 정원에 이르기까지 해달라는대로 해준다.
특히 큰 건축회사들이 신용과 기술을 바탕으로 집장사 집보다 훨씬 단단하고 입맛에 맞게 지어준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문주택의 등장은 3년째 계속되는 주택불황에 활로를 찾아보려는 건축업계의 몸부림이다.
또 최근 새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자기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집을 지으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건축업계는 주택의 절대수가 부족한데도 지어놓은 아파트마저 팔리지 않는 것은 무언가 수요자의 형편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 새로운 마키팅 개발에 나선 것이다.
현재 주문주택에 진출한 광명주택·삼환기업 등이며 경남기업과 한양주택이 내년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이미 20채의 단독주택을 주문받아 완공, 건물주인이 입주했으며 50여채를 주문받아 일부는 건축중에 있다.
현대가 주문주택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것은 47평, 평균 70평내외이고 점포주택도 있다. 건축비는 정원공사까지 포함해 평당 80만∼90만원, 일부는 1백만원이 넘는다.
현대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11월 주택사업본부를 설치하고 올 1월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상담을 해오는 고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온기획(대표정철신)도 단독주택단지를 서울강남구논현동에 짓고 있는데 총대지 4천2백평에 호당 3대지 95평, 건평 68평짜리 44채다. 평당건설비는 대지값 포함해 70만원, 총주택가격은 1억1천4백만원.
대표 정씨는 착공하기전에 조합형식으로 원매자를 모집, 입주자 모두를 확정하고 이들의 요구대로 설계해 현대에 건축을 주문했는데 단지의 성격을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단점을 보완한「아파트형 단독주택」, 또는「단독주택형 아파트」라고 말했다.
광명주택은 서울종로구 서울대 뒤쪽 낙산장터 2천3백평을 구입, 건평68평짜리 주택 27채를 짓고 있는데 이 가운데 16채가 팔렸다. 1채 가격은 1억5천만원.
광명은 당초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려했으나 고목·바위등 아까와 단독주택단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외부골격을 바꾸지 않는 범위내에서 입주자의 요구사항을 들어 집을 꾸며주고 있다. 예를 들면 방의 배치나 크기, 바닥벽체 처리등을 입주자의 취미에 맞게 꾸며준다.
삼환기업은 서울상도동에 대림산업사원용 아파트 4백가구분을 주문받아 짓고 있다. 25평형인 이 아파트는 완전 조립식으로 주문된 설계대로 짓는데 모든 자재는 삼환의 조립자재공장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삼환은 다른 주문주택과는 달리 사원주택 같은 대량의 공동주택주문에 머리를 돌리고 잇는데 모든 것을 조립식으로 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15%, 공기는 30%쯤 절약된다는 것. 예를 들면 벽체·천장·온돌파이프·전기·배관까지 찍혀 나오므로 도배만 하고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경남기업이 내년 중 대전에 25평안팎의 단독주택 3백20가구를 지을 계획이며 서울에도 단독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순수한 의미의 주문주택이라기 보다 3∼4가지의 모델을 제시하고 수요자들이 이중 한가지를 택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경남은 지난 8월 서울에 60가구분의 단독주택을 주문형식으로 짓기로 하고 대지구매계약을 맺었다가 해약되는 바람에 짓지 못했다.
한양주택도 현재 주문주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늦어도 내년안에는 담당부서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며 이밖에 3∼4개의 대형 주택건설업체가 이 분야에 끼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주택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자만 서구나 일본에서는 이미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돈 있는 사람이 입맛에 맞게 고급주택을 지을 때 많이 이용되지만 일본의 경우는 서민주택의 주문건설도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에는 더욱 많은 주문이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자재의 규격화·양산화를 통해 건축비를 떨어뜨리면 획일적인 아파트에 식상한 중산층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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