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핵은 외교로 풀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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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겨냥한 미국의 강온(强穩) 압박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김정일씨(Mr.Kim Jong Il)'라고 부르면서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피그미' '폭군' '부도덕한 사람' 등으로 부른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이 지난 9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대량살상물질의 북한 반입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북한의 불법 외화 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특수작전을 은밀히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가 작용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그것이 효과적이길 희망하며 그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미국)정부의 정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모든 선택 방안이 테이블 위에 있지만 우리는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려면 핵을 폐기하라"고 북한에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이 오는 1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 북한 외화원(外貨源) 차단=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위조지폐.마약거래 등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실무그룹(North Korea Working Group)'을 지난 3년간 운영해 왔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보국(CIA).재무부.국방부 요원들로 구성된 이 팀은 국무부 아시아 전문가인 데이비드 애셔가 이끌고 있다.

◆ 라이스, 대량살상물질 북한 반입을 차단한 사례 공개=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열린 PSI 출범 2주년 기념식에서 2003년 10월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선적하고 리비아로 향하던 독일 선박을 저지한 것이 PSI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 칸 박사의 국제 핵무기 밀매망을 적발하고 리비아의 핵개발을 포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3년 8월에 대만 정부와 협력해 대만의 가오슝 항구에 정박한 북한 선박에서 로켓 연료용 화학물질 158배럴을 압수한 바 있다.

◆ 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6월 발족한 국제적 공조체제. 핵.미사일을 수송하는 항공기.선박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공중에서 합동작전을 벌이는 것이 골자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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