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북한, 무인기로 서울 핵공격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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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이 아닌 무인기로 한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워싱턴에서 나왔다.

 버웰 벨(사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에서 한 강연에서 “생각해 보면 무인기로도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북한의 핵 무장이 초래할 위협을 지적한 뒤 “일단 보유하기만 하면 핵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이 오늘 서울을 핵으로 공격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비행기에 실어서 보내는 것”이라며 “미사일은 (핵 공격용으로) 괜찮지만 (핵 공격을 하기 위해) 반드시 미사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행기나 더 나아가 드론(무인기)으로도 핵 무기를 운반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래서 북한 핵은 한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무인기로 핵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이 휴전선에 가까운 지리적 특수성 때문이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7일 출간된 회고록 『값진 전투들』에서 2010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방한했을 때 서울을 출발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보니파스까지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갔던 일화를 소개하며 “잠시 동안의 탑승”이라고 기술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비무장지대(DMZ)까지는 백악관에서 워싱턴 덜레스 공항까지의 거리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북한 방현 무인기

 한국군 당국은 북한의 무인기 기술은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수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핵무기를 무인기에 탑재하기 위해선 경량화·소형화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핵 개발은 물론 무인기 개발에도 집중하는 북한이 앞으로도 ‘핵 무인기’를 만들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예컨대 현재 사거리 300km 가량인 스커드 미사일엔 1t 무게의 핵 탄두까지 실을 수 있지만, 북한이 보유한 미그21을 무인기로 개조하기만 해도 2t짜리 핵 탄두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벨 전 사령관이 우려한 무인기 핵 공격은 무인기만 몰래 보내는 방식의 단독 공격이 아니라 전투기를 함께 보내는 위장형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무기를 실은 무인기를 수십대의 전투기와 함께 공중전을 하려는 것처럼 가장해 남쪽으로 내려보낸 뒤 목표 지점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대라도 요격에 실패할 경우 핵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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