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공동체 탄생은 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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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폐막한 니혼게이자이신문 주최 ‘아시아의 미래’포럼에 참석한 야나이 슌지 전 주미 일본대사,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 유수프 와난디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설립인, 왕이(王毅)주일 중국대사(왼쪽부터)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제공]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특별협력하는 제11회 '아시아의 미래'포럼의 최대 화두는 '동아시아 공동체'구축이었다. 25일부터 이틀간 도쿄(東京)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중국.일본 등 3국이 주체가 되고 인도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끌어들이는 광범위한 지역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최근의 중.일 관계와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은 "아시아 지역의 상호발전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화해해 달라"고 촉구했다.

◆ "동아시아 통합은 대세"=동북아 협력체의 탄생은 필연적인 흐름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유럽연합(EU)처럼 넓은 범위에서 통합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또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미국을 참여시킬 것이냐를 놓고는 국가 간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다.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많은 국가들이 '동아시아호'에 승차하려 하고 있으며 거기서 내리려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앞으로는 아시아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인도도 동아시아 경제권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인도의 '아시아화'는 거스르지 못할 명백한 추세로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인지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몬텍 싱 알와리아 인도 정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 주도형으로 통합이 이뤄진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경제가 주도하는 통합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앞으로 시간.노력.인내가 필요하겠지만 빨리 그 실현을 향한 로드맵(일정표)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장원링(張蘊嶺)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현재 중.일 간에 개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틀을 (아시아 전체로)확대 포괄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며 "양국 간 FTA와 병행해 동아시아 전체의 협력체를 구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사르 프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은 "동아시아 국가는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간의 협력은 골프게임과 비슷하다"며 "능력 면에서 다소 처지는 국가에는 핸디캡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위기의 중.일 관계=마찰을 빚고 있는 중.일 관계와 관련, 두 당사국은 상대방을 견제하면서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 총리보좌관(전 외상)은 "흔히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냉각상태이나 경제교류는 활발하다는 뜻)'이라고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며 "일본은 과거 역사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의 장 소장은 "중국은 일본 전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며 일 정부의 역사인식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는 "두 나라 관계가 좋고 나쁨은 각국과 그 민족의 성장과 쇠퇴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양국 관계가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중국의 대일정책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은 일본을 배제할 이유가 없으며 두 나라 간에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일본과 중국 모두 민족주의적 감정을 진정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 '아시아의 미래'란=니혼게이자이신문이 매년 아시아 정상들과 지도자들을 초청해 토론하는 아시아 경제.외교 포럼이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사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중앙일보가 미디어 파트너로 특별협력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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