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76. 공멸(共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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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북한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상극'에서 '상생'으로, '공멸'에서 '공생'으로 나아가기를 온 국민은 갈망하고 있다."

문맥으로 보아 '공멸'이 '함께 멸망하다'를 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이 쓰이고 있는 '공멸'이 국어사전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전에서 공멸을 찾아보면 공멸(攻滅:쳐서 없앰)과 공멸(공납으로 받아들인 싸라기) 두 가지밖에 없다. 공생(共生)이나 공존(共存)은 있는데, 이들과 반대되는 말이라 할 수 있는 '공멸'은 없다.

요즘에는 '공생' '공존'보다 정치적으로 '상생(相生)'이 많이 쓰이고 있다. '상생'은 원래 음양오행설에서 '상극(相剋)'과 반대되는 말로, 오행이 순환적으로 돌면서 조화롭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겨나는 일을 가리킨다.

'공멸'이란 단어가 자주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전에 오를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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