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뉴스] '스타벅스' NO! '스타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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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닭스를 아시나요?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를 패러디한 ‘스타닭스’ 상표가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입니다. 한 네티즌이 재미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돌고 돌며 많은 네티즌들을 말 그대로 웃겨주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란 대기업을 상대로 저렇게 패러디를 할 수 있는 배짱이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스타닭스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 치킨집입니다. 스타벅스 로고와 마찬가지로 녹색 동심원 구조에 안에는 스타벅스의 여신 대신 닭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영문은 ‘STARDAKS’.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닭스' 로고와 '스타벅스' 로고(좌측하단)>

일산 정발산동의 라페스타 거리에 있는 이 치킨집(10평 규모ㆍ좌석 12개)은 지난 4일 오픈했는데, 벌써부터 손님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유쾌하고 재밌다는 반응입니다. 패러디 간판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이 곳을 찾는 손님들도 꽤 된다고 합니다.

스타닭스란 패러디 상표를 채택한 이유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재기발랄함’과 ‘유쾌함’을 팔겠다는 컨셉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장은 31세의 미술학도 출신이라는데 예술가 다운 톡톡 튀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를 패러디한 ‘아디닭스’도 ‘스타닭스’의 경쟁 후보였다고 하니, 아디다스는 한숨을 놓은 셈인가요.

스타벅스 스러운 점은 상표 외에 또 있습니다. 데코레이션용으로 프라이드 치킨 밑에 원두열매를 깔아 서빙한다는 겁니다. 원두열매는 모조품으로 씻어서 재활용합니다.

물론 치킨에서 커피향이 나지는 않습니다. 치킨은 정통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하는군요. 2층 좌석에 스타벅스의 패러디 이미지를 좀더 넣어볼까 하는 연구도 하고 있답니다.

사장의 학교후배라는 종업원은 “손님들이 가게 상호를 디카로 찍어가 인터넷에 올려주는 바람에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온라인상의 인기가 오프라인의 매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스타닭스 브랜드의 등장에 대해 스타벅스는 어떤 입장일까요.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마디로 “일종의 애교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는 강자 다운 반응입니다.
물론 스타닭스가 경쟁업종이 아니라는 점도 이같은 관대한 태도에 어느 정도 작용을 했겠지요.

얼마 전에는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체인점 ‘엘 프레야’를 상대로 “닮은 꼴 로고로 인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킨다”며 상표등록 무효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심원 구조, 별모양 배치 등 일부 구성모티브 상의 유사성 만으로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의 기각이유였습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파워가 워낙 크다 보니 스타벅스와 유사한 로고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 상표관련 소송이 전세계적으로 수백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스타벅스는 ‘엘 프레야’ 건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이후 유사사건을 방지한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소비자들, 특히 스타벅스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 로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효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일부 소비자들은 어떤 업소의 상호나 로고가 스타벅스와 비슷하면, 디카로 사진을 찍어 제보하는 등 철저한 고발정신을 보여준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런 업체들은 잠시 반짝 매출을 올리다가 소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을 하진 않는다는 게 스타벅스의 입장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로열티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타벅스 포이점 오픈과 관련된 얘기인데, 임대로 나온 신규매장에 스타벅스와 경쟁 브랜드 ***, 은행, 증권사 등이 관심을 보였는데 건물주가 결국 스타벅스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미국에 유학중인 건물주의 딸이 무조건 스타벅스를 넣어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의 그 무엇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불어넣는 것일까요? 그걸 깨우치는 순간 마케팅의 달인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다시 ‘스타닭스’ 얘기로 돌아와서 ‘만약 스타닭스가 성공해서 많은 체인점을 거느릴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 어떻게 할거냐’고 스타벅스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스타닭스 측은 “지금은 10평짜리 조그만 점포에서 ‘유쾌함’으로 튀겨낸 치킨을 파는데 온 정신을 쏟고 있다”고 잘라말했습니다.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고, 그럴 필요도 아직 없다는 얘기겠죠.

정현목 기자 블로그 < blog.joins.com/gojh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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