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학력고사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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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입시에 출제되는 과목이나 배점이 고교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점에서 대학입시학력고사의 시험과목은 수험생은 물론, 온 교욱계의 큰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더우기 현재의 학력고사과목은 대학별 본고사가 있다는 전제밑에 만들어진 것이기때문에 본고사가 없어진 상황하에서 학력고사의 과목이나배점이 재조정되어야 한다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본고사가 있을때만해도 영어가 본고사의 필수과목이어서 이때문에 제2외국어만을 공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자연계를 지원하는학생도 학력고사에서는 수학I만 치르고서도 대학의 수학과나 물리학과에 진학할수 있었다.
문교부가 내년이후의 대입학력고사에서 4개의 시안을 마련, 각계의 의견을 널리 듣기로 한것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문교부가 내놓은 시안가운데서 과목내용이 종전과 같은 제1안이나 과목수를 오히려 줄인 제4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본고사의 폐지에 따라 몇개의 과목을 추가키로한 원칙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행입시제도의 불합리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락됐던 과목을 모두 추가하고 과목별 배점도 고교리수단위에 맞춰 조정하고 있어 제2안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갑작스런 제도의 변화에 학생들이 대응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말고도 독어·불어등 제2외국어와 과학교사의 갑작스런 확보도 어려워 이 안을 당장 실시하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추가되는 과목은 2안과 같으나 실시시기를 84년에서 86년까지단계적으로 잡은 제3안이 그대로 채택되거나 보완해서 채택하게될 것이라는 중론도 있다.
우리의 관심은 문교부가 내놓은 네가지안 가운데 어느것이 채택되어야 하느냐보다는 우리정부의 교육정책이 지향하는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과연 어떤 처방을 하는것이 바람직하냐에 모아지지 않을수 없다.
다알다시피 7·30교육개혁의궁극적인 목적은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있었다.
한때「과외왕국」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극성을 떨었던 과외의 일소를통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이조치가 큰 성과를 거두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고교내신성적의 반영율을 점차 높이기로한 것이라든지, 대입학력고사의과목과 배점을 조정키로한 문교부의이번 조치도 결국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더우기 각 교육과정은 단계별로 완결성을 지니는것이 교육의 목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고교교육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대학입시를 위한 종속적인 성적에서 탈피하지 못하는한고교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고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어서 설치된 것이다. 대학입학을 위해서는 별도움이 안된다고 해서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아예 수업조차 하지않는다면 고교는 하나의 교육과정으로서의미조차 잃게되고만다.
7·30교육개혁을계기로우리의교욱제도는 일대 변혁을 겪었으며 그 변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변혁의 방향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칫 이러한일련의 조치가 학생들의 학업부담을즐이기 위한 것처럼 여겨지는 풍조는없어져야 할것이다.
과외를 없애고 대입본고사를 없앤교육개혁의 참뜻은 어디까지나 고교교육의 정상화·내실화에 있으며, 나아가 진학에 수반한 사회적 제문제들을 해소하는데 있었다.
그점에서 우리는 현재 제안되고 있는 4개안 가운데는 제3안이 현실적인 타당성을 그런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한다고해서 대학입시과목을 고교교육과목과 일치시켜야한다는 단순논리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대학입시제도가 궁극적으로재검토되어야할 것이나, 현재로써 문교부가 제시한 방안중엔 그나마 제3안이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고사과목과 배점을 변경할때는 고사실시 1년전에 공고하여야하는 현 학력고사령아래서 문교가83년도에 적용할 내용을 서둘러 제시하고 있는것은 졸속문교행정의 편린을 보는것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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