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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행담도 그리고 S프로젝트]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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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김재복 사장이 25일 한국도로공사에서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조사를 받고 조사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행담도 개발과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은 어떤 인물이며, S프로젝트에서 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왜 정부는 김 사장의 요구에 끌려가는 인상을 줄 정도로 매달렸을까.

김 사장은 독일에서 공대를 졸업한 뒤 싱가포르에서 금융.회계 업무를 배워 대내외 투자와 컨설팅 업무를 하며 금융가에서 발을 넓혔다. 김 사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사회봉사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이 한때 국정원 직원이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그가 한국 정부를 위해 정보 수집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어.독일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고 멕시코 명예시민증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에 대한 의욕이 강한 김 사장은 한때 진로를 인수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김 사장의 한국 내 행적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김 사장이 당초 한국에 온 목적은 행담도 개발사업을 청산하기 위해서였다. ECON사는 도로공사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2001년 9월 김 사장을 감사로 선임해 행담도개발㈜에 보내면서 "국제 소송에 대비한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사장은 ECON.도공.건교부 등과 접촉하며 행담도 개발사업을 계속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주변에서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동기가 김 사장의 애국심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인이 국가(싱가포르)를 대신해서 거대한 투자사업을 혼자 주무를 수 있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김 사장과 접촉한 사람들은 그를 싱가포르에서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함께 청와대로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고, 대사가 '싱가포르 정부가 김 사장을 신뢰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은 김 사장을 "싱가포르 정부의 대리인"이라고 표현했다.

김 사장을 정찬용 전 수석에게 소개한 문동주 서울대 교수는 "싱가포르 최고위급 인사와 통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싱가포르에서는 대사보다 서열이 앞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김 사장 한 사람을 믿고 무리수를 둬가며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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