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자산관리수수료 도입의 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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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영완
삼성증권 고객전략실장

돈을 모으는 기본 방법은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서 가격이 오를 때까지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10년을 보유하고 있을 생각이 없다면 단 10초도 보유하고 있지 말라”고 강조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안정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대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기보다는 우량주를 장기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거래대금이 줄었다고 미국 증권사가 수익 감소로 ‘벼랑 끝에 섰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거래대금이 줄자 곳곳에서 위기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국내증권업계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미국과 달리 유독 국내 증권사가 거래대금에 목을 메는 이유가 뭘까.

 대답은 간단하다.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 주식을 자주 사고 파는 데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좋은 자산에 오래 투자하기보다는 단기매매에 집중한다. 증권사도 고객자산을 장기적으로 키우려 하지 않고 매매수수료를 챙기는데 관심을 둔다. 이러다 보니 거래대금이 줄어들 때마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는 시장에서 하나둘씩 멀어졌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자산관리의 목표는 장기투자로 고객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투자의 원칙을 지키면서 고객과 증권사가 모두 ‘윈윈’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자산관리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고객자산의 규모에 따라 미리 정해진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만약 고객자산규모에 따라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증권사도 매매를 권하기보다는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이런 방식은 고객과 증권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무리한 매매를 권할 이유가 없으니 본연의 임무인 목표수익률 달성에 집중할 수 있다. 고객은 일정액 수수료만 내면 자산증식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고객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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