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74. 내처, 내친걸음, 내친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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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휴가를 얻은 차에 바닷가 근처에 있는 시골집으로 '내쳐' 차를 몰았다. 바다도 보고 싶고 '내친 걸음에' 부모님을 뵙고 올 심산이었다. 농사철이고 하니 '내친 김에' 일도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더 한다는 뜻으로 '내쳐, 내친 걸음에, 내친 김에'라고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이는 맞춤법에 어긋난다. '내처, 내친걸음에, 내친김에'로 해야 옳다.

예전엔 '손에 든 것을 뿌리치거나 던지다, 강제로 밖으로 내쫓다'라는 뜻과 함께 '일을 시작한 마당에 더 잇따라 하다'의 뜻으로 '내치다'가 사전에 올라 있었다. 후자의 뜻인 '내치다'가 동사로 인정되면 앞의 예문처럼 '내쳐, 내친 걸음에, 내친 김에'로 쓰는 게 맞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런 뜻의 '내치다'를 표제어에서 삭제한 뒤 대부분의 사전이 이를 따랐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뜻의 '내치다'가 서술어로 쓰이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동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내처'는 부사로, '내친걸음, 내친김'은 명사로만 올려놓았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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