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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 선방쇼' 수원, 서울과 슈퍼매치 3연패 끊어

중앙일보

입력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의 숨은 힘은 K리그다. 손흥민(22·레버쿠젠)이 소속팀 반대로 불참한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개막 전 역대 최약체란 혹평을 받았다. 20명 중 13명의 K리거가 반전 드라마를 이끌었다. K리그에서 함께 뛰며 서로를 잘 아는 선수들은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였고, '퍼펙트 골드(7경기 13골 무실점)'를 달성했다. 버저비터골을 넣은 임창우(22·대전)도, 선방쇼를 펼친 김승규(24·울산)도 K리거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축구의 길은 K리그에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축구의 근간 K리그, 그 중 최고 빅매치가 5일 열렸다. '라이벌'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맞대결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세계 7대 더비 중 하나로 꼽은 빅매치다.

수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에서 후반 9분 로저(29·브라질)의 결승골로 서울을 1-0으로 꺾었다. 최근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를 달린 수원은 15승9무6패(승점54)를 기록, 같은날 부산과 0-0으로 비긴 포항(승점52)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고, 선두 전북(승점59)을 추격했다. 아울러 슈퍼매치 3연패 사슬도 끊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4만1297명이 찾았다.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코치도 관전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다. 양 팀은 각각 골대를 한 차례씩 맞혔다. 서울은 전반 27분 김진규가 고명진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수원도 후반 8분 로저의 오른발 인사이드 감아차기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골대 불운을 딛고 로저가 1분 뒤 선제골을 뽑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에서 염기훈이 자로 잰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로저가 노마크에서 정확한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7호골을 터트린 로저는 원정 응원석으로 달려가 양팔을 휘저으며 더 큰 호응을 유도했고, S석을 가득 메운 수원 서포터스는 열광했다.

서울은 후반 11분 지난달 26일 경찰청에서 전역한 정조국까지 투입했다. 수원은 골키퍼 정성룡(29)이 경찰청에서 전역한 오범석과 함께 서울의 파상공세를 잘 막았다. 서울 서포터스는 정성룡이 골킥을 할 때마다 '퐈이야'를 외쳤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정성룡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을 비아냥댄 구호다. 전반 29분 에스쿠데로의 슛을 쳐낸 정성룡은 후반 44분 몰리나의 회심의 슛까지 막는 등 선방쇼를 펼쳤다.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팬들의 비난과 맞물려 A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고 있다. K리그 최근 9경기에서 4실점(경기당 0.44실점)하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경기 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성룡은 좋은 선수다. 억울한 면이 있다. 정확히 경기를 보고 판단해야한다. 최근 많은 선방을 하고 있다"며 "사람으로 인성적으로 올바르고, 운동선수로 프로의 모범이 되는 선수다"고 제자를 감쌌다.

정성룡은 '퐈이야 응원'에 대해 "신경 쓰이는 부분은 맞지만 이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재발탁에 대해서는 정성룡은 "뭐…뭐…뭐…"라고 한참을 뜸들인 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 나이가 서른 후반, 마흔이 아니다.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는 나이다. 소속팀에서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 마누엘 노이어(28·독일)처럼 발로 뛰는 골키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주중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호주 원정에서 웨스턴시드니에 져 결승행 좌절된 서울은 장거리 이동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9경기 연속 무패(6승3무)도 깨진 서울은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11승10무8패)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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