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후폭풍] "호남당도 불사"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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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주당 구주류는 4.24 재.보선의 패인에 대해 신주류와 사뭇 다른 의견을 냈다. 이른바 '신주류 책임론'이다.

"선거의 패인은 신주류의 공천 잘못과 이에 따른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의 이반"이라는 내용이다. 구주류 핵심인 정균환(鄭均桓)총무는 "독선적인 당 운영으로 갈등을 유발해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며 신주류 지도부를 겨냥했다.

구주류는 신주류의 지도부 총사퇴론도 일축했다. 동교동계의 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 참패가 어디 최고위원의 잘못이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구주류 내부에선 더 강경한 얘기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호남당'도 불사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민주당에서 호남의 지지층을 빼면 신당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 구주류와 동교동계의 판단이다.

물론 이 같은 논쟁을 구주류 쪽이 먼저 나서서 제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신주류의 개혁신당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정도에 그쳐야지, 갈등을 증폭시켜봐야 분당으로 이어져 공멸(共滅)의 가능성만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25일 구주류가 중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는 대신 '단합'을 강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구주류는 당 개혁안 처리과정에서 그들의 장악력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주류가 주장하는 임시 지도부 구성은 반드시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대선 때 반노(反盧)활동을 했던 한 중진 의원은 "신주류가 임시 지도부 구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구주류를 축출하기 위해서다"라며 "결코 허무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득권을 바탕으로 한 구주류의 저항이 이처럼 만만치 않아 신주류도 고민이다.

일부에선 "새 판을 짜자"고 하지만 그 경우 분당 가능성이 커 신주류 중진인 정대철 대표 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구주류가 계속 힘을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주류는 '호남소외론' 등 달라진 호남 민심을 큰소리치는 힘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는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당 개혁과정에서 기득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구주류의 모습이 '비개혁적'으로 비칠 경우 호남 민심조차 외면할지 모른다.

중도 성향의 호남 출신 한 의원은 "전남 진도 광역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대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데 대해 구주류는 '호남소외론'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꼭 그렇게만 보기 어렵다"며 "구주류가 '호남당'운운하며 변화를 거부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그들도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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