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核무장' 도미노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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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재처리 작업을 마무리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선제 핵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에는 핵 무장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는 물류와 경제의 중심지가 아니라 핵무기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면서 민족주의로 대치하는 제 2의 서남아가 될 수 있다.

동북아의 핵무장은 또한 다른 지역의 핵 개발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축으로 한 세계적 핵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우리 정부로선 미국의 핵 우산에 다시 들어가거나 자력으로 핵 보유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을 갖거나, 들여오지 않으면 대북 군사적 억지력이 없어지고 북한 핵 무기의 인질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 있는 일본도 독자적인 핵 무장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우경화된 일본의 여론이나 정치권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국의 핵 우산 제공에만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나아가 전후 평화헌법의 굴레를 벗고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가진 보통국가로 거듭날 수도 있다. 세계 굴지의 군사력을 가진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핵 보유국 중국의 안보도 취약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그보다는 북한의 핵 무장이 가져올지도 모를 일본이나 대만의 핵 무장을 더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핵 무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에 악몽이기도 하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에 휩쓸리게 되면 중국의 성장신화는 이어지기 어려울지 모른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핵의 균형을 깨뜨리는 탄도탄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나선 만큼 군비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옛 소련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 발표 후 미국과 군비경쟁에 나선 것은 붕괴의 한 요인이 됐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과 미국과의 중재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북한의 핵 보유가 몰고올 이 같은 파장을 저울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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