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또 타선불발···' 잘던지고도 패전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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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던진 6번째 공은 낮게 제구된, 타자가 꼼짝못하는 공이었다. 그러나 타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27). 장차 메이저리그를 짊어질 것이라던 게레로는, 오른쪽무릎을 땅에 닿을듯 낮춘후 배트를 휘둘러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 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호투를 펼쳤으나, 다시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시즌 4패째(1승). 방어율은 3.75에서 3.19로 낮췄다. 탈삼진은 5개를 잡았고, 볼넷은 2개를 허용했다.

이보다 더 잘 던질 수는 없었다. 5회까지 허용한 안타는 단 1개. 외야로 나가는 타구도 없었고, 엑스포스는 2루도 밟아보지 못했다. 투구수도 57개에 불과할만큼 적당했고, 타선의 지원만 있다면 완봉승도 노릴만 했다.

그러나 7회말. 첫 타자 게레로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김병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굴엔 묘한 웃음이 떠올랐지만, 홈런의 충격을 씻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제프 리퍼와 올랜도 카브레라를 각각 삼진과 3루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볼넷 2개와 몸 맞추는 공을 내주며 급격히 흔들렸다. 7회에만 33개의 공을 던진 김병현은 8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교체됐다.

타선의 지원도 아쉬웠다. 6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산발에 그쳤고, 기회마다 범타로 물러났다. 김병현은 올시즌 내셔널리그 득점지원부문에서 최하위 64위보다 3계단 앞선 61위를 기록중이다. 다이아몬드백스 타선은, 경기당 2.25점을 뽑아주고 있다.

얻은 것도 있었다. 투구수 조절에 성공하며 완투형 투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5개의 삼진 모두 왼손타자에게 기록하며, '왼손 공포증'을 완벽히 극복했다.

아쉬운 패전을 기록한 김병현은 오는 30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 등판이 예고됐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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