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은 동북아의 반일 바람 주목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일본의 역사 왜곡과 주변국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일부 극우 정치인의 발언에 아시아인들의 분노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교과서 왜곡과 독도 문제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는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는 시민들의 반일감정이 거리 시위로 표출돼 일본 상점과 대사관 등에 대한 투척과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 등지에서도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역동성을 보이고 상호보완적 협력구조를 가진 아시아가 21세기에 새로운 협력과 화해를 모색하지 못하고 이런 식의 감정적 대립을 하는 것은 아시아인 모두에게 불행이다. 이 때문에 이런 사태는 서둘러 종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연코 일본의 잘못으로 빚어졌다. 신뢰해야 할 파트너로서 아시아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적대적 관계로 만든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군국주의 일본을 미화하는가 하면,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없는 것처럼 왜곡하거나 축소했다. 또 제국주의 시절의 논리로 독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방위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를 폄하하는 것도,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 일본 국민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과 세계인에게 심대한 물적.인적 피해를 끼친 군국주의 시대의 만행을 미화하고, 축소 왜곡하는 역사 왜곡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력을 인정받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과거 침략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중국과 한국, 동남아에서 일기 시작한 반일감정과 일본 비판은 일본이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진정으로 전쟁범죄를 사죄한다면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아시아의 협력과 발전, 공존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의 화해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화해는 일본의 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