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스크린도어에 낀 80대 여성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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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에서 80대 여성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메트로와 경찰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52분쯤 4호선 총신대입구역 상행선(서울역 방향)에서 이모(81)씨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여 있다 출발한 전동차에 28m 가량 끌려갔다. 이씨가 있던 승강장의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아 경고등이 켜져 있었지만, 전동차 차장은 이를 보고도 육안으로 스크린도어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차량을 출발시켰다고 한다. 이 사고로 상행선 운행이 34분 간 중단됐다 오전 10시 25분 쯤 재개됐다.

이씨는 뒤늦게 열차에 탑승하려다 열차 문이 닫히는 바람에 이같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지팡이가 전동차 문에 끼게 됐다. 이씨가 지팡이를 빼내려고 하는 사이 다른 승강장의 스크린도어는 모두 닫히고 이씨가 있던 승강장의 스크린도어만 닫히지 않았다. 스크린도어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빨간경고등이 켜졌지만 차장은 이를 보고도 기관차를 출발시켰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차장이 직원과 유사한 옷을 입은 사람을 직원으로 착각해 경고등이 단순 고장인 줄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지하철 2호선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으면 출발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코레일과 함께 운영하는 구간(1,3,4호선)은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아도 출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전동차에 설치된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팡이가 문 틈에 끼어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정상 출발이 된 것이다. 전동차는 0.7~1㎝ 이상의 물체가 문 틈에 끼면 차량이 출발이 되지 않게 돼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증언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스크린도어는 투신자살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2005년부터 설치가 시작됐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이후 투신자살이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와 관련된 안전사고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지하철 2호선 용두역에서 지체장애 6급 최모(62ㆍ여)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스크린도어 문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동차 기관사가 강제로 스크린도어를 닫고 출발하는 바람에 최씨가 선로에 떨어져 발가락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김모(84ㆍ여)씨가 열차에서 내리다가 문에 발이 끼었지만 이를 감지 하지 못한 열차가 그대로 출발해 스크린도어 등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철도파업으로 인해 대체인력이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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