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퇴선 명령 있었으면 6분내 전원 탈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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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원들이 선체를 탈출할 때라도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6분여 만에 승객과 승무원 476명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박형주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장은 24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도 이날 이 연구소가 작성한 '세월호 침몰 때 가상 대피 시나리오에 기반한 탈출 소요 시간'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보고서는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오전 8시50분(세월호 기울기 30도 추정) ^인근 선박에서 탈출을 권고한 오전 9시24분(52.2도 추정) ^세월호 선원들이 목포해경 123정에 올라탄 오전 9시45분(59.1도 추정) 등 세가지 상황 속에서 승객들의 예상 탈출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각각 5분5초와 9분28초, 6분17초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퇴선 명령만 있었다면 늦어도 10분 이내에 모두 바다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 소장은 "셋째 시나리오의 퇴선 시간이 둘째보다 짧은 것은 배가 더 기울면서 오히려 승객들이 몰려있던 선체 4층에서 바다에 뛰어내리기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이번 보고서는 평소 잘 훈련된 선원들의 적절한 대피 안내와 유도를 전제로 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반박해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6월 24일 시작한 세월호 재판은 이날까지 3개월간 매주 2~3차례씩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핵심 쟁점은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핵심 선원 네 명에게 적용된 살인죄가 인정될지 여부다. 검찰은 "승객들이 익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침몰하는 배에 남겨둔 채 자기들만 빠져나온 것은 고의적 살인 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선장과 선원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정신없이 탈출한 것으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선원들의 과실이 속속 드러난 데 이어 이날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공개되면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11월 중순까지는 선고를 마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들의 처벌 수위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은 123정에 탑승했던 해양경찰관 중 1~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조 업무에 나선 해경이나 소방관에게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 사례가 없어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검찰은 또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 혐의를 받고 있는 최상환 해경 차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유병언 "대균이 대표 시켜라"=한편 이날 인천지법에서 열린 유대균씨 공판에서 세모그룹 관계자 2명은 "유병언 전 회장이 대균씨를 계열사 대표에 앉히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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