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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효과 전망…군화 없는 화력전에 숨은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제 밤의 공습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대적인 첫 공습이 마무리된 뒤 “공습은 성공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아랍 5개국의 22일 공습으로 ‘오바마 스타일’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에 맞춰 압도적 공군력과 정밀타격 무기로 공중에서 쏟아 부어 지상의 현지 병력을 돕는 ‘군화 없는 첨단 화력전’이다.

이날 공습은 규모·전략·연합 측면에서 8월 8일 이후 6주 넘게 진행됐던 이라크 내 IS 공습을 능가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에서 IS 타격에 썼던 화력을 하룻밤에 다 투하했다고 전했다. 첫 공습에서 4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GPS 유도폭탄 등 160여발이 시리아에 떨어졌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참 작전국장은 브리핑에서 목표 건물의 좌우까지 구분해 타격하는 미군 무기의 정밀도를 설명했다. F-22 랩터의 유도폭탄은 타격 목표인 IS 지휘부 건물의 오른쪽 면을 정확히 맞췄다. IS의 수도 라카의 금융센터 공격에선 건물 옥상에 설치됐던 각종 통신 장비를 파괴하는 목적에 맞춰 토마호크 미사일이 옥상 위에서 터졌다.

IS의 거점인 라카에 이어 돈줄인 유전 지대에 미사일과 폭탄이 쏟아진 것은 기존 ‘몰아내기’에서 ‘고사시키기’로 공습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다. 메이빌 국장은 “1차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 2차 전투기·전폭기의 시리아 북부 공습에 이어 3차에선 데이르에조르 일대를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르에조르는 시리아 최대 유전 지대로 IS가 장악해 원유 생산ㆍ판매에 나서며 자금줄로 삼았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 산개된 IS의 훈련소, 전투차량 등을 겨냥해 페르시아만의 조지 H W 부시 항모에서 발진한 F-16 등이 폭격을 가했다.

여기에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은 23년 만에 처음으로 아랍국들과 공동 군사작전을 성사시키며 대테러전쟁의 명분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IS가 영토 내로 몰려올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바레인·요르단·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5개국이 직·간접으로 공습에 참여했다.

이처럼 공습의 내용과 모양새는 일변했지만 공습의 결과까지 바뀔지는 미지수다. 아랍국 내부와 시리아의 속사정부터 복잡하다. 당장 ‘시리아 딜레마’가 미국의 고민거리다. 전날 뉴욕타임스에 이어 워싱턴포스트도 “IS 공습의 최대 수혜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정권을 위협했던 IS의 퇴각은 미국이 퇴진을 요구해온 아사드 정권에 반사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또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사드 정권의 회생이 숙적인 이란에 힘을 더하며 이란·시리아·레바논의 ‘시아파 벨트’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터키는 IS 타도 과정에서 쿠르드족에 정치적ㆍ군사적 지원이 이어지며 쿠르드 독립 열기로 확대될까 민감하다. 아랍 5개국과의 합동 공습을 놓고 메이빌 국장이 “공습의 대부분은 미군 전투기와 크루즈 미사일”이라고 실토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하늘 장악을 땅의 승리로 연결시키려면 지상전이 필수적인데 미군이 없는 ‘지상군 딜레마’가 여전하다. 실제 이라크에서 미군은 6주간 IS를 공습하며 IS의 바그다드 진군을 저지했지만 IS의 장악지역을 뺏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라크 군은 IS 반군의 공격에 쩔쩔매는 형국이다.

미군은 시리아에서 반군을 육성해 미 지상군 없이 IS를 물리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군 5000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훈련·무장시키는 계획에 대해 메이빌 국장은 “수년에 걸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IS를 수니파 토착민과 분리시키는 작전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이라크 내 IS 공습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던 데는 IS와 수니파 주민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일부 지역에선 정부군이 IS한테 탈환한 지역을 경찰에 넘기자 다시 IS가 빼앗았다”며 “지역 수니파 지도자들이 IS와 함께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사진 설명 : IS 사령부 공습 전후 시리아 북부 라카에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사령부 건물의 공습 전과 후의 모습. 미군과 아랍 연합군은 23일(현지시간) IS의 근거지 라카와 테러 조직 호라산 근거지 알레포 등 24곳을 200여 차례 공습했다. [라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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