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시도지사협의회장 "서울은 수도로서 기 다해…수도이전 시작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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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후 600여년이 지나면서 서울은 수도로서 기(氣)가 다했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라고 이름을 부르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정부 부처 몇 개 이전한 게 아니라 수도 이전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시종(67) 충북도지사 겸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충북도지사)이 서울이 수도로서 기운이 다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노무현 정권 당시 추진한 신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서 무산됐는데도 중앙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수도 이전이라고 강변했다.

이 지사는 22일 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안전행정부 출입 기자들과 진행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소방방재청 등이 세종시로 연내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내려오기로 한 부처가) 안 내려온다면 그건 최대의 사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뉴욕이 경제수도로, 워싱턴 DC가 행정수도가 된 미국처럼 서울은 경제 수도로 남고 세종이 수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종시 공무원들과 충청권 야야 의원, 많은 국민이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오길 원하기 때문에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만들어야 한다"며 "들어설 부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으로 인해 민선 자치제 출범 20년이 지났는데도 지방자치 발전은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중앙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기초연금 등 복지 부담과 각종 국고보조사업 수행으로 지방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정을 중앙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더보니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에 오히려 '신 중앙집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로 선출되고 지방공무원 인사권이 있을 뿐 권한은 '중앙정부의 지방청장' 격"이라면서 "지방에 재정 부담이 생기는 중앙정부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지방과 협의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행부가 최근 발표한 지방세 개편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는 데 대해 "주민세는 담배 한 갑 가격이다. 여전히 지방 재정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담뱃세는 원래 '시·군세' 개념으로 도입됐는데 교육세·국민건강증진기금에다 이번에 개별소비세까지 신설해 시·군세 비중이 낮아져 지금은 '비(非) 시·군세'가 됐다"며 "정부안보다 지방세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국회심의 과정에서 집중 로비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10회를 그친 이 지사는 내무부(안행부의 전신) 지방자치기획단장, 민선 충주시장(3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6·4 지방선거에서 충북 도지사 연임에 성공하면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았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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