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20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73인은 지금] 당시 농성자 중 43명 심층면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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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팀은 43명의 인터뷰 대상자에게 현재의 대미 의식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 73명 중 15명은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했고, 접촉한 58명 중 15명은 통화는 이뤄졌으나 투병 또는 개인 사정(불교계 귀의) 등의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 적대적 반미에서 용미론까지=한국 사회 반미 운동의 상징이 됐던 이들의 현재 미국에 대한 생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20년 전과 비슷한 반미 의식'(40%.17명), '극단적인 반미는 아니지만 비판적'(23%.10명), '미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적극 활용해야'(37%.16명) 등이었다.

반미 의식을 뚜렷이 드러낸 이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치선(서울대 83학번.변호사)씨는 "당시 미국은 한국 군부의 쿠데타와 광주 학살을 묵인했다. 당시 우리의 생각은 명백한 반미였고 지금도 미국의 제국주의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10명은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재영(41.서울대 83학번.민족문화추진회)씨는 "미국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과거 생각과는 다르다"며 "그렇다고 종속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종평씨는 "나는 실용주의자로 변한 것 같다. 반미는 반역사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 '지금 점거 투쟁한다면'=당시 구속자들에 대한 별도의 설문 조사는 구속자(25명) 중 접촉이 된 16명을 상대로 했다. '지금 학생들이 시설물 점거로 반미 운동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8명이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 7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선 14명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치선씨는 "요즘 의사 표출 수단이 다양해진 만큼 외국 공관의 점거시위는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학생들이 있다면)뜯어 말리겠다"고 말했다.

반미.용미.친미로 나눠 한.미 관계의 방향에 대해 물었더니 대부분(12명)이 용미를 택했고, 한 명이 친미를 택했다. 극미(克美.극복), 변미(變美.변화), 비미(批美.비판)라는 응답도 한 명씩 나왔다.

?어떻게 분석했나=취재팀은 43명 각각을 1~2시간 동안 1 대 1로 만나 이들의 대미 의식을 중심으로 심층 면접을 했다.

계량화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본지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과 함께 면접 내용 중 중복되는 의견을 누적시켜 응답 카테고리를 만들어 이들의 의식을 분석했다.

◆ 특별취재팀=임장혁.정강현.박성우.백일현.김호정.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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