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와 내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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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합고사성적과 일부, 내신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행 고교입시제도가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키로 정부의 방침이 굳어진 것같다.
23일 국회답변에서 이같이 밝힌 이규호문교부장관은 『중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내신에 의한 고교입시제도가 바람직하다』고 그 이유를 물었다.
대학입시에서 고교내신성적 반영율을 점차 높이고있는 정부의 방침에 비추어 고교입학에 있어서도 중학내신성적을 중요시하려는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신성적을 점차 확대 실시하려는 뜻은 학교교육을 입시위주에서 전인교육으로 전환하기위한 것이다. 확실히 중학 3년간의 성적·출석률등을 종합한 자료가 한번만 치르는 연합고사보다 한 학생의 실력을 가름하는보다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있다.
뿐만 아니라 기초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단계는 나름대로의 교육목적을 갖고있다. 따라서 단계마다 어느정도 완결성있는 교육을 해야만 정상적이고 전인교육의 이념에도 합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은 오직 대학입학 하나에만 집중된 나머지 고교교육은 대학입시를위한, 그리고 중학교육은 고교입시를위한 예속적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결과마저 빚고말았다.
81학년도의 경우 중학졸업자의 고교진학율은 85%, 전국 평균경쟁률은 1.2대1이었다. 약10%의 지윈자를 탈락시키기위한 것이라면 연합고사는 입시선발고사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잃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그래서 나왔던 것이다.
이처럼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하나의 이상형일수는 있으나 이를 실천하는데는 적잖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한마디로 중학성적의 공정한 관리와 합리성에대한 학부모의 우려와 학교차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제도실시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모든 중학교의 평준화에 있다. 지역간·학교간에 차이가 있다는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더우기 아무리 컴퓨터배정이 객관생을 띤것이라해도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치맛바람으로 자칫 정실이 개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교사들의 무사안일주의가 더욱 문제가된다.
내신의 비중이 커지면 자연 학교성적의 공정한 산출과 관리가 요청되고 학생·학부모는 물론 감독관청의 따가운 눈초리가 교사에게 쏠리게된다. 이렇게되면 교사들은 말썽이나는 것을 피하기위해 모든 학력시험을 객관식으로 출제하는등 무사안일·적당주의로 흐르게된다.
이문교장관이 일선학교의 준비가 따르지 못해 당장은 그 실시가 어렵다고한것은 이런 사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제도가 실시되면 학교선택을 마음대로 할수있어 새명문교가 생기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데 각교육위원회단위로 학생들을 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왕에 원칙을 정한이상 문교부는 그 실시여부를 교위에만 일임하지말고 보다 과감한 방향제시를 해야할 것이다. 가령 공립고교는 종래와 같이 교위에서 배정하되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선택의 길을 넓혀 학교는 학교대로 원하는 학생을 뽑을수있게 하고 학생은 그 성적에따라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수있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것은 내신제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사를 신뢰하는 풍토부터 조성하는 일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지않고 교사들의 창의와 능동적인 학습지도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교육발전은 요원한 일이 되고만다는 점을 이 기회에 다시금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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