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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6)제75화 패션50년(2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963년 2월 국제복장학원은 미국뉴욕주립대학교 부설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와 자매결연을 하게 되었다.
FIT는 1958년 1천2백만달러 (당시 금액) 상당을 들여 세계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개교한의상 디자인 교육의 세계적인 명문.
당시 세계 각국에서 모인 1천5백명의 재학생중 한국인은 나의 맏딸 신혜순(디자이너·국제복장학원 부원장)하나 뿐이었다.
평소 나는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나 국가는 앞선 나라와 연결을 가져야만 문화적 자극을 받아 선진 기술을 보다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FIT와 자매결연하면 국제복장학원은 물론 세계 수준에 뒤처진 한국 패션계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혜순에게 FIT와 자매결연을 주선해 보라는 편지를 띄운 결과 63년2월 FIT측으로부터 자매결연에 동의한다는 연락과 함께 몇가지 자료들을 받게되었다.
이 자료중 FIT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디자이너로서의 수학과정과 학생들의 의상작품을 수록한 슬라이드는 우리 국제복장학원생에게 뿐만 아니라 기회가 닿는대로 관심있는 이들에게 공개해서 최신 재단법이나 세계 패션의 흐름을 널리 알리고자 애썼다.
특히 63년3월에 가진 내 의상발표회에 각 대학 의상학과 학생 1백50명을 특별초대하고 이 슬라이드를 보여주자 예상한 대로 여대생들이 각별한 관심을 보여 보람이 있었다.
나는 FIT에 보내기 위해 국제복장학원과 우리나라 패션계를 소개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한편, 두 나라 학생들의 작품 교환 발표와 양쪽 학교 교수 및 학생들의 상호시찰여행을 제안하는등 모처럼의 자매결연을 보다 뜻있게 활용해 보려고 여려가지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내 부탁으로 자매결연을 주선한 혜순은 이대 가정학과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62년9월 도미. FIT에서ASS(석사코스)학위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63년말 졸업작품전에서 1등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혜순은 1년 남짓한 유학생활동안 학교공부 틈틈이 서울에서 준비해간 한복과 우리나라 소개 슬라이드등을 갖고 뉴욕에서 「한국의 밤」을 여는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서 FIT 학생들간에 그레이트 우먼이란 애칭을 얻고 있었다.
수백명이나 되는 본고장 학생들을 제치고 1등을 함으로써 아메리컨 저널지등 미국 신문에 사진까지 실리는 영광을 입은 것도 평소 혜순의 이러한 진취적인 열의 탓인듯 어머니로서,선배 디자이너로서 대견하고 기쁜 마음을 누를 길 없었다.
수상 소식을 받은지 한달쫌 후 FIT는 혜순의 수상작품과 함께 우수작으로 뽑힌 다른 학생들의 졸업작품 10여점을 보내 주었다.
이 FIT학생들의 작품은 이듬해 3월14일 국제복장학원 64년도 졸업생들의 졸업기념 작품과 함께 한미합동패션쇼란 이름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FIT와의 인연은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친 합동패션쇼와 스타일화 전시회, 강연초청 시찰여행등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우리 학원 졸업생중 나중에 FIT에 가서 공부한 이들도 여러명으로 이수영(미국명「수·리」)은 패션전문지 바자등에 자주 작품이 실리는 세계적 디자이너로 뉴욕에서 활약중이며 같은 미국에서 활동중인 이영우(역시 국제복장학원 출신인 「오리지널·이」와 친자매간) ,염지원, 그리고 신현장(와라실업사장) 등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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